10평 미만 경로당 등 지원 사각지대…“시대에 뒤진 ‘경로당 시설기준’ 개정을”
10평 미만 경로당 등 지원 사각지대…“시대에 뒤진 ‘경로당 시설기준’ 개정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17 09:42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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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도록 거의 그대로

거실‧화장실‧전기시설만 설치 규정… 노인복지관과 달리 개정 안돼

프로그램실‧식당 등 명확한 근거 마련 필요… ‘입식 전환’도 반영해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A경로당은 여성어르신방과 남성어르신방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거실과 10여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인근의 B경로당은 6평이 채 안 돼 프로그램은커녕 식사조차 원활히 할 수 없다. 같은 지역에 있지만 두 경로당이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경로당 시설기준’이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경로당 회장은 “같은 동네 경로당임에도 차별을 받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명확한 시설기준이 마련돼 모든 경로당에서 동등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회장 고광선)를 중심으로 노인복지법과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경로당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새 시설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법과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의2(주민공동시설)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는 주택 단지에는 주민 공동시설로 경로당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노인복지법 제36조와 37조,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등을 통해 경로당을 노인복지관 등과 함께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를 설치하고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기능별 특성을 갖춘 표준 모델 및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동네마다 경로당을 설치해 운영비 및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로당 여가문화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보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고 충북도, 경북도, 경기도 등은 각각 행복나누미, 행복도우미, 복지서포터즈 등 전문 프로그램 강사를 선발‧파견해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상당수 경로당은 협소한 공간 탓에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6평 미만 경로당이 16개, 10평 미만 경로당이 500개에 달한다. 

10평 미만 경로당의 경우 일정 간격을 두고 진행하는 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어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한 지회 관계자는 “10평 미만 경로당은 식사하기도 공간이 협소한 상태여서 프로그램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경로당 시설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경로당 시설기준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노인여가복지시설의 시설기준 등)에 규정돼 있다. 1998년 전부개정을 통해 처음 등장한 경로당 시설기준에는 거실 또는 휴게실, 화장실, 전기시설을 설비하도록 정했고 거실 또는 휴게실은 20㎡ 이상으로, 화장실은 대변기 수의 3분의 1 이상을 좌식 양변기로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2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이 규정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노인복지관 시설기준에는 프로그램실이 추가되고 오락실에는 컴퓨터를 설치하게 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경로당은 화장실 설비 기준이 삭제된 것밖에 없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경로당의 높아진 위상과 변화한 시대상에 맞춘 새 시설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시설기준에 노인복지관처럼 ‘설비시설’을 보다 세분화해 ‘프로그램실’, ‘식당’, ‘부엌’ 등을 추가해야 한다. 경로당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이 프로그램과 식사이기 때문에 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설비시설의 기준도 20㎡ 이상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30~40명이 매일 찾는 만큼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노인복지관 오락실에 컴퓨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식당은 반드시 좌식이 아닌 입식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 김포시, 충북 충주시 등이 지자체 지원으로 입식 조성에 나섰지만 그외 대부분 지역에서는 명확한 시설기준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좌식생활을 하고 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노인생활에서 경로당의 역할이 커졌지만 시설기준이 미흡해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와 대한노인회, 노인복지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현재 경로당 위상에 맞는 시설기준을 마련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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