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선제타격’ 외에 다른 묘안은 없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선제타격’ 외에 다른 묘안은 없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1.17 10:48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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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잠자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한다. 그런 비극을 접할 때마다 끔찍한 살인 행위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일말의 동정심도 생긴다. ‘왜 참지 못했을까’, ‘자식들 장래를 위해 좀 더 희생할 수는 없었을까’, ‘도망이라도 가지 그랬나’라며 여자의 인내심과 희생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얼마나 오랫동안 남편으로부터 폭력과 괴롭힘을 당했으면 자신도 파멸로 모는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됐을까. 그런 연민의 감정도 느낀다. 

부부 살해 사건을 한반도에 빗대보면 한국은 아내, 북한은 남편인 셈이다. 북은 6·25 전쟁 도발부터 이 시간까지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쉼 없이 남한을 괴롭히고 위협하고 폭행했다. 

심지어 대통령을 살해하려고까지 했다. 박정희·전두환 두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살해 작전은 두 번 다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실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1968년 1월 21일,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은 청와대를 습격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려고 했다. 결국 김신조 한 명만 남고 나머지는 사살됐지만, 이 사건으로 정전협정이란 것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고 북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국을 침략해 또 다시 동족을 몰살하고 남한 땅을 차지할 수 있는 ‘적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북의 두 번째 한국 대통령 살해 작전은 전두환 대통령 때 실행됐다. 1983년 10월 9일, 동남아순방을 위해 미얀마(버마)의 수도 양곤을 방문 중인 전두환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북한 특수부대원 3명이 아웅산 국립묘지에 폭탄을 설치했다. 운좋게도 전두환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직전 폭탄이 터져 전두환 대통령은 목숨을 구했지만 대신 서석재·이범석·김재익 같은 똑똑하고 성실한 고위급 정부 인사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두 차례의 대통령 살해 사건마다 북에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지만 어떻게 된 이유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없었던 일이 되곤 했다. 박정희 대통령 살해 사건 당시는 실제로 김일성 제거 작전을 위해 육해공 3군에 각각 1개씩 특수부대를 창설했고 그 중 공군 산하에 684부대가 창설됐다. 훈련 장소로는 인천의 실미도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 작전은 흐지부지 됐고 훈련 중이던 북파요원들은 실미도를 탈출해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다 전원 몰살이라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전두환 대통령 살해 사건 때도 즉각적인 보복을 가하려 했지만 최종적인 실행 단계에서 정작 피해자인 전두환 대통령의 뜻에 따라 불발됐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선제타격’을 주장했다. 윤 후보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고 거기에 핵이 탑재됐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 살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요격이 불가능하다”라며 “조짐이 보일 때 저희 3축 체제 제일 앞에 있는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쪽으로 핵미사일의 발사가 임박할 때 선제타격으로 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감시위성이나 정찰비행으로 그 정황이 확실할 때는 사전에 파악된 북의 핵시설 70여 곳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행하는 최후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선제타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한 명백한 증거가 있거나 기습공격을 개시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행동을 개시하지 않으면 생존권이 치명적으로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의 공격개시 직전 또는 공격개시와 동시에 적을 타격하는 군사행동이며 이는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 인정)에 의한 자위권의 발동을 의미한다.

아내가 남편의 잦은 폭행과 괴롭힘에 대해 ‘선제타격’을 선택한 것이 부부의 비극적 운명이라면, 남의 북에 대한 선제타격도 한반도의 불행한 운명일 수밖에 없다. 70년 가까이 도발-경고-도발-경고를 되풀이하는 이 지긋지긋한 남북 대치 상황을 타파할 묘안이 또 있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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