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날
비가 와서 기다리는 일도 따분하고
비새는 지붕이나 고쳐야겠는데
이곳을 고치면 저곳이 샌다
서러운 건 나인데 왜,
글썽이는 건 너일까
동병상련(同病相憐)일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대로 비가 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벌이도 없는 거미의 서러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거미줄에는 눈물방울 같은 빗방울이 수도 없이 맺혀 있다.
우리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다면 이 사회는 모래알처럼 서로 뭉치지 못하고 사막처럼 건조한 채 생명을 잃어버린 땅이 되고 말 것이다. 뭇 생명을 살리는 건 어디든지 스며드는 물이다. 물길이 있어야 이 땅은 비옥해진다. 지금은 잠시 비가 와서 공치는 날일지라도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고 무지개 너머에 밝은 햇살은 반드시 있다. 조금만 참고 견디자 그리고 더 힘을 내자.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