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독사, TV시청 유형 감지로 막아
어르신 고독사, TV시청 유형 감지로 막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24 09:14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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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파평면, 시청률 집계기관과 손잡고 모니터링… 노인 생명 구해
지난해 고독사예방법 시행 이후에도 후속대책 마련이 미흡한 가운데 지자체들이 TV 시청률 집계프로그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파평면 어르신 집에 TV 시청률 집계프로그램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관계자가 설명해주는 모습.
지난해 고독사예방법 시행 이후에도 후속대책 마련이 미흡한 가운데 지자체들이 TV 시청률 집계프로그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파평면 어르신 집에 TV 시청률 집계프로그램을 활용한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관계자가 설명해주는 모습.

고독사예방법 시행됐지만 정부정책 안 나와… 지자체들 대책 부심

구미시는 반려로봇 활용… 서귀포시 안덕면은 안심 LED등 설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해 12월 6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에 거주하는 A(85) 어르신은 TV를 시청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급성 패혈증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서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도움을 청할 기운도 없이 사경을 헤매던 그때 파평면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들이 찾아와 위기를 넘겼다. A어르신을 구한 것은 TV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과 연계해 만든 ‘일공공(100) 케어시스템’이었다. A어르신의 평소 TV시청과 다른 패턴이 발견돼 경고등이 뜨자 지킴이들은 전화를 걸었고,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방문해 어르신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A어르신은 “외롭게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TV만 시청해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고독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외로운 죽음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목된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홀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 즉 고독사로 추정되는 인원은 지난 2017년 2008명에서 2020년 305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 지난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무연고 사망자도 1562명에 달해 2년 연속 3000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연합회 고독사예방협의회를 구성해 고독사 예방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태조사조차 시작되지 않아 올해 하반기에야 정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지자체들이 각각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독사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파주시 파평면은 지난해 11월부터 TV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독사를 막는 맞춤형 모니터링 시스템인 ‘일공공(100) 케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KT 파주지점, 시청률집계기관 ATAM과 함께 구축한 이 시스템은 텔레비전에 부착한 시청률 조사기기(피플미터)가 보내는 신호를 분석하고 평소와 다른 시청 유형을 감지한다. 어르신들이 정해진 시간에 TV를 켜지 않거나, 채널이 2시간 이상 변경되지 않으면 위험신호가 모니터링 시스템에 표시돼 1차 전화 확인, 2차 방문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어르신들이 평소 정규 방송으로 보는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보는 비율이 높아지면 치매로 의심, 지킴이와 보건지소에서 방문·상담을 진행한다.

파평면 관계자는 “취약계층 어르신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안전사고나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IT기술을 접목해 외로운 죽음에 대응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올해 1월부터 홀몸노인 100명에게 인공지능 반려로봇 ‘효돌이’를 제공하며 고독사 예방에 나선다. 효돌이는 인체 감지센서가 내장돼 특정 시간 동안 사용자의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안부확인이 필요하다는 알림을 보낸다. 또 보호자나 생활지원사 등의 휴대전화와 연결, 노인의 실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보호자는 효돌이를 통해 어르신의 약 복용이나 식사 여부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위급 시 사용자가 효돌이의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요청 메시지가 전송된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은 지난해부터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안심 LED 센서등 모니터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등 대신 동작감지 센서가 부착된 LED등을 부착해 일정 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안덕면 담당자에게 모니터링 문자가 발송되면서 즉시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 위기 상황을 예방하는 방식이다. 안덕면 관계자는 “현재 40여 가구에 센서등이 설치돼 있으며 매달 시스템 유지보수와 위기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부터 네이버와 함께 ‘클로바 케어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해 고독사 위험율이 높은 1인 취약가구에 AI가 전화를 걸어 안부확인 등 친근한 대화로 정서적 케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AI와의 상담결과를 해당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전송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해 위기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스마트폰 앱인 ‘서울 살피미’를 통한 고독사 예방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살피미’는 지정한 시간 동안 휴대폰 사용이 없거나 문자·통화 송수신 내역이 없는 경우, 사전에 등록한 전화번호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위험신호 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이다. 이때 연락이 되지 않으면 긴급 출동을 하고 좀더 위험한 상황은 소방서(119), 경찰서(112) 등에 신고된다. 앱을 내려 받아 몇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되는 등 사용법도 간단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살피미 앱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에 놓인 1인 가구를 복지플래너 등과 연계하는 돌봄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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