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 대선공약 제시돼야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 대선공약 제시돼야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1.24 10:32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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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젊은 유권자 표심 얻는데 집중

 노인 최저생활 충분히 보장하고

 국민연금 등 재설계 통해

‘노인이 행복한 시대’ 열어야

‘노인이 행복한 세상’은 현대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목표다. 대다수 유럽 복지국가는 의료서비스를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 체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노인이 무료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는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가 오래 전부터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노후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대다수 노인은 은퇴 후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연령별 행복도 조사에 의하면, 이들 복지선진국에서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중년기에 가장 낮았다가 60세를 지나 노년기에 이르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0세 이후 연령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이러한 사실은 이례적으로 높은 노인 자살률로도 확인되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연령대별 10만명 당 자살자는 20대 17.6명에서 60대 32.9명으로 서서히 늘다가 그 후에는 70대 48.9명 그리고 80대 69.8명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자살률은 60대에 OECD 평균의 약 4배, 80대에는 7배에 이르고 있다. 

노인 자살률이 높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빈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노인의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인인 건강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 덕분에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OECD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률을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44%로 추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거의 절반이 빈곤층에 속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복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선거 과정에서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 30~40대 연령층의 관심사인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 등에 쏠려 있었다. 그 이유는 여야 모두 선거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여야 모두 노인층보다는 젊은 층의 표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2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유튜브·AI·메타버스 등을 총동원하여 홍보자료를 만들고, 그 내용 역시 재미있고 짧다. 예를 들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생활밀착형 공약을 발표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AI 윤석열’이 네티즌과 질의응답 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내놓기도 한다. 또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당근마켓’에 ‘찰스’라는 아이디로 ‘안철수를 팝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대선 후보도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복지 문제인 ‘노인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핵심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노인 빈곤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은 물론 국민연금제도도 재설계하는 수준으로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책은 다음과 같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기존의 기초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하여 적용하고, 지원 대상을 빈곤층으로 한정시키는 대신, 연금액은 최저 생활이 충분히 보장되는 수준으로 지급한다면 노인 빈곤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기본소득’ 또는 ‘안심소득’ 제도에 대한 논의에 앞서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노후 소득보장과 관련해 다음으로 추진되어야 할 개혁과제는 공적연금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방금 지적한 대로, 노인 빈곤을 완전히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이루어지면, 기존의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1998년 이래 9%로 묶여 있는 보험료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개선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기존의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을 통합해 공적연금 부문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개혁방안 역시 추진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이 많은 노인이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되고, 다음 정부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어 ‘노인이 행복한 시대’를 여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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