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뮤지엄 ‘샤갈 앤 더 바이블’, 초현실주의 화가의 눈으로 풀어낸 성서 이야기
마이아트뮤지엄 ‘샤갈 앤 더 바이블’, 초현실주의 화가의 눈으로 풀어낸 성서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24 13:48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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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로 유명한 마르크 샤갈의 성서를 주제로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대형 태피스트리 ‘다윗과 밧 세바’.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로 유명한 마르크 샤갈의 성서를 주제로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대형 태피스트리 ‘다윗과 밧 세바’.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푸른 다윗 왕’ 등 성경 주제로 한 작품 220여점

첫 공개 대형 태피스트리 ‘모세’ 등 눈길… 실감나는 전시 해설로 재미 높여 

[백세시대=베성호기자]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작품은 잘 몰라도 교과서에도 수록된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 서정적인 시 때문에 샤걀의 작품 세계도 목가적인 풍경처럼 느껴지겠지만 실제 그는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다. 김춘수가 영감을 얻은 ‘나와 마을’, ‘비테프스크 위에서’ 등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헌데 샤갈이 관심 있게 그린 소재가 또 있다. 초현실주의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성경’이다. 

‘성경’을 주제로 한 샤갈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샤갈 앤 더 바이블’ 전에서는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19점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직물로 표현한 회화) 2점 등 22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샤갈은 제정 러시아 도시인 비테프스크(현 벨라루스)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24세가 되던 1911년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그는 프랑스식인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로 거듭난다. 그러다 1930년 성서 작업을 의뢰 받은 샤갈은 예루살렘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았고 기독교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유대인의 운명과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렸고 말년에는 성당을 위한 스테인드글래스, 태피스트리 그리고 석판화 작업에 매진하며 보냈다. 특히 1973년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샤갈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4가지 공간으로 나눠 그의 작품 속에 그려진 성서 이야기를 살핀다. 첫 번째 공간인 ‘샤갈의 모티프’에서는 고향‧마을‧축제‧동물‧연인‧파리 등 그가 자주 다룬 소재와 이들이 상징하는 바를 살펴본다. 샤갈은 제2의 고향인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유독 많이 선보였다. 대표적 작품은 ‘투르넬 강변’이다. 작품 오른쪽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연상케 하는 파란색 인물을, 왼쪽에는 모녀와 연인을 배치한 작품으로 그가 생각하는 파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파리를 암울한 색채로 담으면서도 아가페(절대적인 사랑)를 상징하는 예수, 모성애, 연인 간의 사랑을 그려넣어 파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성경의 백다섯 가지 장면’에서는 샤갈이 처음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남긴 예루살렘의 풍경과 그가 구약성경에서 선별한 105점의 장면들을 판화로 만든 ‘성경(The Bible)’ 연작을 소개한다. 창세기 속 천지창조를 비롯해 예지몽을 꾸고 이집트의 재상이 돼 가족들을 모두 이집트로 데려온 요셉, 이집트의 핍박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한 모세 등 구약성경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시에서는 성서 이야기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지니뮤직의 오디오 서비스 ‘스토리G’와 협업한 전시해설을 제공한다. 성우 유튜버인 쓰복만의 해설로 작품별 성서 이야기를 동화를 들려주듯 실감나게 소개해 재미를 높였다. 

‘성경적 메시지’에서는 열세를 딛고 거인 골리앗을 전략으로 이긴 다윗, 지혜의 왕인 솔로몬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성경 속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한다. 

샤갈이 1956년 완성한 ‘모세’.
샤갈이 1956년 완성한 ‘모세’.

개명 전의 샤갈의 본명은 ‘모이셰 샤갈’인데 이는 모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샤갈은 성서 속 인물 중 유독 모세를 자주 그렸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태피스트리 ‘모세’이다.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가 새겨져 있는 작품인데 특이하게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을 그렸다. 샤갈은 신성시된 인물을 표현할 때는 구분을 짓기 위해 뿔을 그렸다고 한다. 

또 다른 대형 태피스트리인 ‘다윗과 밧 세바’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윗은 악기 연주에 능했으며 구약성서 시편을 지은 시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샤갈은 다윗 왕을 그릴 때 하프를 켜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하며 모세 못지 않은 연대감을 보여준다.

마지막 공간인 ‘또 다른 빛을 향하여’에서는 샤갈의 문학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샤갈의 삽화와 시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샤갈의 메츠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기념하며 ‘모세가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비롯해 샤갈이 제작한 감각적인 포스터, 아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창작욕을 엿볼 수 있는 말년의 작품들도 만나본다. 

특히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으로 알려진 ‘또 다른 빛을 향하여’(1985)는 생의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샤갈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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