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이젠 두렵지 않다<마지막회>
파킨슨병 이젠 두렵지 않다<마지막회>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23 18:11
  • 호수 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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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노력을 증상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을까?
파킨슨병의 증상진행을 환자 자신의 노력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최대치가 얼마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 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나의 경우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자료도 없지만 심증적으로는 나의 노력이 증상진행을 지연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파킨슨병을 4년 넘게 앓아 오면서 현재 증상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함께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물 내용을 세심하게 분석해 본 결과, 나로 하여금 그러한 믿음을 갖게 했다.

나는 경직과 진전을 막기 위해서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주로 전신 운동이 되는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을 일과로 삼아 이를 계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시간이 허용되는 한 가급적 책을 읽거나 글 쓰는 시간을 갖는다. 변비예방을 위해 하루 생수 8컵 이상을 마시면서 음식을 가려 먹고 있다.

특히 활발한 뇌의 활동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이를테면 실내 오락 게임을 즐기거나 숫자, 연도를 기억해야 하는 지난 날의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는 일,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의도적인 노력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서 몸과 마음이 경쟁적으로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너리즘은 나의 무지에서 온 착각일 수도 있고 집념의 과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보다 계획적으로 노력을 한다면 병을 이겨내는 효과는 상승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다음은 3개월간 실시한 특별활동 세부실천 계획과 그 결과다. 지난 3개월 동안 실천하고 점검한 지표는 운동요법, 약물용법, 정신요법을 잘 조화시켜 철저히 실천함으로써 치료 성과를 고양하는 데 있었다.

첫째, 운동방법을 개선했다. 1주 단위로 운동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체크하면서 계획대로 실천했으며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스트레칭과 야외 걷기에 치중했다.

둘째, 약물요법의 정확한 실천이다.  
이번 활동 기간 동안 약물 요법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다소 내용이 중복되지만 약물 복용의 중요성을 감안해 다시 한 번 요약 기술한다. 약물요법에서 약의 종류와 일일 복용량은 의사의 결정을 따랐다.

그러나 복용시간만큼은 내가 결정한 대로 식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약을 복용하는 방식을 계속 취했다. 정시, 정량 복용이 질병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셋째, 마음의 확신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모든 환자들은 파킨슨병을 끝내 이겨내고 인간 승리자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와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런 다짐 아래 병 치료를 위해 정성을 쏟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넷째, 3개월 간의 특별 노력 기간에 느낀 소견 한 가지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여행길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그간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함께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는데, 5월을 제외하고도 아홉 차례에 걸쳐 여행을 다녀왔으니 여러 곳을 돌아다닌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짧은 시간에 이처럼 여러 곳을 여행한 적이 없었다. 여행을 위해 준비한 짐과 골프 클럽을 휴대하고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해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늘 바쁘고 할 일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그런 시간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평상시 내 짐은 스스로 관리하며 가급적 많이 움직이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특히, 이번 여행은 관광, 골프, 휴식과 친목도모 등 내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육체적인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내겐 큰 소득이었다. 파킨슨병 환자는 가급적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그런 까닭에 이번과 같이 개인 혹은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을 많이 한 것은 분명 병 치료에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여행 기간 중 한 친구가 “풍문에 내가 무슨 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 전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고무됐다. 아닌 게 아니라, 약의 효능이 작용하고 있는 동안 운동을 하면 내가 느끼기에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또 그런 내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모든 이들도 그때 만큼은 내 건강상태가 생각보다 좋아 보이고 파킨슨병 환자 같지 않다고들 입을 모으곤 한다.

나는 앞으로도 자주 집을 나설 생각이다. 여럿이 같이 활동하고 대화를 해보니 얻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경우엔 요약한 나의 투병 노력이 주위에 알려져 그들로부터 많은 인정과 격려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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