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훈 대한노인회 경기 연천군지회장 “공약에 없던 독립회관 마련할 듯…올해 설계 마칠 계획”
정남훈 대한노인회 경기 연천군지회장 “공약에 없던 독립회관 마련할 듯…올해 설계 마칠 계획”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1.28 13:19
  • 호수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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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입식화·현판 교체 등 안팎 일대 정비…회장 활동비 지급도 

연천군수, 노인회 큰 관심 갖고 지원…경로당 민원 직접 챙기기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임기를 시작한 지회장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에도 가시적인 성과로 능력을 인정받는 지회장들이 있다. 정남훈(77) 대한노인회 경기 연천군지회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지회장은 “선거공약에도 없었던 지회 독립청사를 마련할 기회가 생겼다”며 “노인복지관 가까이에 있는 부지를 후보지로 신청 중이며 올해 안에 설계까지는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 회장님들 수당을 지급하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25일, 경기 연천군 문화로에 위치한 노인복지관 3층에서 정 지회장을 만나 취임 3년째를 맞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회 등을 들었다.

연천군지회에는 10개 읍·면 분회, 107개 경로당, 회원 6000여명이 있다. 정 지회장은 2019년 12월에 취임했다.

-오는 길에 ‘한탄강유네스코지질공원’이란 푯말이 보이더라.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으로 수십 만 년 전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 당시 용암이 빚어낸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와 폭포 등이 지질학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생태학·고고학·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정남훈 지회장은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가 바로 대한민국을 남북으로 갈랐을 때 정 중앙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한때 인구가 7만을 헤아렸지만 지금은 4만3000여명(노인 인구 1만1000여명)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군청과 노인회, 노인복지관이 전체 1000여명의 일자리를 분담하고 있다. 우리에겐 노노케어, 경로당급식도우미, 시설도우미 등이 있다. ‘맑은물지킴이’라고해서 장마철에 한탄강댐에 떠내려 온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도 한다.”

-취임하자마자 코로나가 발생했다.

“대부분 사업이 중단됐지만 작은 일들은 꾸준히 해왔다. 우선 경로당 내외에 새로운 변화를 주었다. 경로당 현판을 나무에서 스텐리스로 교체했고, 태극기· 노인여가시설 신고필증·고유번호증·회장 등록증·노인강령 등 실내 부착물들을 규격화해 벽면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런 것들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져 회원들이 아주 좋아하더라. 인근 지회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했다.”

-경로당 입식문화가 대세인데.

“연천군청과 지속적인 협의 끝에 예산 지원을 받아 전 경로당에 6인용 식탁테이블과 의자를 교체했다. 테이블은 식사는 물론 학습과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연천군으로부터 지원이 잘 이뤄지나 보다.

“연천군수께서 노인회에 필요한 건 웬만하면 다 들어주신다. 조만간 전 경로당에 안마의자를 보급할 예정이다. 경로당에 민원이 발생하면 우리보다 먼저 달려가실 정도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다.”

-군수가 경로당 민원까지 손수 챙긴다고.

“그렇다. 경로당에서 먼저 군청 복지과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담당직원에게 보고 받으면 우리에게 연락하지 않고 바로 경로당을 찾아가 민원 청취를 하고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경로당 입식화·현판 교체 등 안팎 일대 정비…회장 활동비 지급도           연천군수, 노인회 큰 관심 갖고 지원…경로당 민원 직접 챙기기도
정남훈 연천군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정 지회장 오른편이 김미숙 사무국장.

-경로당 회장 활동비 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제가 군수께 마을 이장보다도 일을 더 많이 하는데다 경로당 일이란 게 마을 전체와 연결된 일들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이분들께 이장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몇 차례 얘기가 오고간 끝에 올해 1월부터 전 경로당 회장에게 공공활동비(5만원)를 지급한다. 전곡주차타워·노약자주차구역·과속방지턱 관리·정비 등을 담당한다.”

-선거공약은 잘 이행하고 있는지.

“선거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숙원사업 하나를 해결하게 됐다. 지회 독립청사 마련이다. 복지관에 있다 보니 교육이나 회의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먼 거리에 있는 전곡·백학의 종합복지관을 이용하거나 수레아트홀을 빌린다. 행사 장소를 기억 못해 참석을 못하는 회장님도 계시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회장, 이사님들과 함께 군의회를 찾아가 ‘내 집 문패 하나 달아 달라’고 부탁했다(웃음). ‘복지관이 있는데 뭘 또 지어달라고 하느냐’는 군의원에게 노인회 존재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도 했다.”

정남훈 지회장은 연천농협 이사, 연천군자원봉사단체 이사장, 민주평통자문위원, 연천군사회복지협의체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연천군지회 고문2리 경로당 회장, 지회 이사 등을 지냈다.

-봉사를 많이 한 것 같다. 

“자원봉사 6500시간을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국을 다니며 안 해본 일이 없다.”

-기억에 남는 봉사 현장은.

“태풍 피해를 입은 강원도 정선을 가려고 밤 11시에 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차가 고장 나 다음 날 아침 7시에야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논이 자갈밭으로 변해버렸고 벼 윗부분만 머리를 내밀고 있더라. 그거라도 살릴 요량으로 벼를 잘라 적당한 크기로 묶어 돌 위에 세워놓았다. 한 노인이 그걸 보고 자기 논도 부탁해 다 끝내고 돌아오니까 새벽 2시였다. 무박 3일을 봉사한 셈이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제거, 폭설로 내려앉은 고창의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 등도 기억에 생생하다.”

-80이 눈앞인데 청년 같다.

“봉사하느라 늙을 시간이 없었나 보다(웃음). 정미소에다 과수원, 양계장(육계)도 30여년 했다.”

-닭에 대해선 ‘달인’ 수준이겠다.

“닭들이 무척 예민해 온도, 습도가 조금만 차이 나도 안 된다. 밤 12시에도 들여다봐야 한다.”

-관내 기업들이 노인회를 많이 지원해주는 것 같다.

“1사1경로당 협약을 맺은 지역 기업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일례로 매트제조회사 ‘와이즈앤지’(대표 현영)는 추석, 구정 명절에 800만원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지회장과 봉사단체장, 어느 쪽이 힘든가.

“노인회장이 좀 더 부담이 된다. 봉사는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면 되지만 이 자리는 노인들을 대표하고 여러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는데다 제 성격이 남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조심스럽다.” 

정남훈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에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자 “불편한 점은 별로 없다”며 “과거 경로당마다 획일적으로 지원하던 양곡, 냉·난방비를 회원 수에 따라 분배하자 여러 문제점들이 일시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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