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누구에게나 기회는 평등해야”
[백세시대 / 세상읽기] “누구에게나 기회는 평등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1.28 13:45
  • 호수 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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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인기가 치솟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내놓았다. 윤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자 불안한 나머지 특정인을 겨냥한 치졸한 법안을 생각해낸 것이다. 

최 의원은 현직 검사,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 사직하도록 하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검찰 정치를 끊어내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인을 꿈꾸는 검사와 법관이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검사와 법관은 선거일 90일 전에 사직하면 출마가 가능하다. 최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당시 윤 총장이 출마하려면 임기(2021년 7월) 이전인 3월에 퇴직해야 했다. 

그러자 이 법안을 두고 노골적인 ‘윤석열 죽이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조차도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법안은 흐지부지 됐다.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한 사람을 위한 법안 제정을 지시해 물의를 일으켰다. 추 장관은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을 강제로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테러 등과 관련되지 않은 사건 수사에서 봉착한 난관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의 기본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법무부 장관이 지시했다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 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의 제정을 운운하는데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휴대전화에는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들어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여는 것을 거부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지시도 유야무야됐다.

공수처는 출범 당시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비쳐졌지만 그 후에는 정권의 심부름꾼이 돼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옥상옥의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1년 전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 민주당 법사위원장 등이 참석해 현판식을 갖는 등 화려한 출범식을 가졌다. 그러나 출범 1주년인 지난 1월 말,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민을 바로 대하지도 못한 채 철조망 너머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김 공수처장은 “사건을 입건한 때부터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었던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선별 입건한다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도록 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공수처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정인을 선별적으로 입건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공수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만 콕 집어서 서로 다른 4건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시작한 뒤로 윤 후보에 대한 수사에 집중했다. 공수처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고발사주 사건 이후로는 사실상 대부분 인원이 윤석열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무리한 법제정이나 변칙적인 공공기관 운영은 정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민간단체에서도 드물게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을 빚는다. 최근 한 사단법인에서 직위를 이용한 비상식적인 회장 선출 선거규정을 만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단체는 선거규정을 개정해 3선의 문은 열어놨지만 개정 전 중임을 한 회장에 한해서는 출마를 불허하기로 했다. 

한 사단법인의 회원은 “선거기구에 오래 종사했지만 이런 독단적·이기적인 선거법 개정은 처음 본다”며 “특정인의 선거권을 제한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민주사회에서 특정인을 겨냥한 비합리적,부적절한 일이 자행되는 걸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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