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생 준비하는 새로운 노인문화 트렌드
제3의 인생 준비하는 새로운 노인문화 트렌드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25 11:43
  • 호수 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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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노인종합복지관․종로노인종합복지관 등
▲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내 마음의 동화 2기’ 자서전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포토북 작성에 여념이 없다.

최근 어르신들 사이에서 지나 온 삶을 정리하고 제3의 인생을 준비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자서전 작성은 이미 널리 유행하고 있고, 다가올 죽음에 대비해 지나 온 삶의 궤적을 정리하고 여생의 계획을 세우는 어르신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복지관이나 노인단체 곳곳에서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르신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지난 3월 23일 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 2층 강의실. 어르신 20여명이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포토북’ 샘플 만들기에 한창이다. 종이액자에 사진을 붙이고 설명을 적는데도 수많은 질문이 오간다. 이날은 ‘내 마음의 동화 2기’ 자서전쓰기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앞으로 진행될 프로그램을 미리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3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9개월 동안 매주 1차례씩 진행될 자서전 작성 프로그램은 자서전을 사진으로 꾸미는 포토북 외에도 영상으로 제작하는 동영상북과 책으로 만드는 단행북 등이 진행된다.

고도아트와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어르신 20여명이 참가했다.

어르신들이 자서전 쓰기에 참여한 사연도 각양각색. 윤영기(74) 어르신은 경북 울진에서 자서전 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서울행 첫차를 탔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후세에 교훈적인 내용을 남겨주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작업을 마친 뒤 지역 동년배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양례(74․성북구 성북2동) 어르신은 “지난 추억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미래도 계획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세대인 만큼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윤주 고도아트 대표는 “자서전을 통해 과거를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며 “노후를 멋지게 설계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서쓰기, 장수사진 촬영, 영상편지 작성 등 지나 온 삶을 정리하고, 제3의 인생을 계획하기 위한 죽음준비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3월 14일부터 4월 16일까지 ‘아름다운 준비’라는 주제로 죽음준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준비'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양강좌를 비롯해 법률 강의, 장수사진 촬영, 영상편지 촬영, 유서쓰기, 죽음명상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이밖에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와 아름다운 임종을 계획하도록 매년 마련하고 있는 '사(死)축제'도 큰 인기다. 

이 축제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은 관혼상제 전시와 시연을 비롯해 영상유언, 입관체험 등 문화적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남은 노후를 건강하게 가꿀 것을 계획하는 한편 아름다운 임종을 준비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지난날을 회상하고 여생을 계획하는 강의와 함께 직접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보는 입관체험, 영정사진 및 영상유언 촬영을 비롯해 티베트, 중국, 인도, 영국, 독일 등 세계장례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과 전시회를 통해 의식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임종준비체험에 참가했던 김준식(78) 어르신은 “그동안 인생의 끝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임종준비 체험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경건하게 정리하고,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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