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또 올림픽 정신 훼손한 ‘러시아 도핑 스캔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또 올림픽 정신 훼손한 ‘러시아 도핑 스캔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2.21 11:19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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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의 꽃은 스케이트를 신고 화려한 기술과 아름다운 몸짓으로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피겨 스케이팅이다. 그중에서도 ‘여자 싱글’은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전 누가 차기 피겨 여제의 자리에 오를지 큰 관심을 받았고 일찌감치 러시아의 ‘피겨 천재’라 불리는 ‘카밀라 발리예바’(16)가 낙점됐다. 발리예바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도 시도하지 못한 4회전(쿼드러플) 점프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대관식만 남았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를 앞세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피겨 스케이팅 첫 종목인 단체전에서 여유 있게 1위를 확정했다. 그런데 시상식이 지연 됐고, 핵심 선수가 도핑(운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을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더구나 의혹을 받는 선수가 발리예바라는 사실이 드러나 올림픽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특히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사람들의 황당함은 더욱 커졌다. 그나마 IOC가 공식입장을 통해 그녀가 입상권에 들더라도 시상식을 열지 않고 메달도 주지 않겠다고 천명한 점은 다행이다.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저지른 도핑 사건으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를 받아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 2022년 베이징올림픽과 카타르월드컵까지 국가 자격으로 출전할 수 없다. 자국 국기와 국가도 사용하지 못한다. 단, 도핑을 하지 않은 정직한 선수들을 배려해 ROC라는 이름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러시아는 그간의 과오를 들어내고 거듭났음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피겨 천재 도핑스캔들’을 통해 또다시 치부를 드러낸 꼴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루비콘 강’ 즉,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완전히 건넜다. 징계 기간 같은 반칙을,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저지른 러시아 스포츠계를 어느 누가 곱게 볼 수 있겠는가.  

러시아에서 개최된 2014 소치올림픽에서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며 2연패가 유력했던 김연아는 개최국 이점을 누린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시상대에서도 소트니코바를 향한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 감동을 선사했다. 은퇴 이후에도 말을 아끼며 묵묵히 후배들을 지원했던 그녀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냈다. 그녀의 말은 이렇다.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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