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왜 대통령마다 실패하는가”
[백세시대 / 세상읽기] “왜 대통령마다 실패하는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2.21 11:25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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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선 관련 TV 뉴스를 접할 때마다 후보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에 눈길이 더 간다.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저들 가운데 누군가는 한자리 꿰차고 조직을 후퇴시키고 사리사욕을 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영 마음이 불편하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정당을 혁신하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최근 펴낸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21세기북스)에서 이 부분과 관련한 논리적 비판에 공감이 간다.

김 이사장은 역대 대통령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전횡적인 인사정책을 꼽는다. 노태우까지만 해도 청와대에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다. 각 부처별로 인사가 이루어지고 대통령도 법률에 정한 인사권만 행사하면 돼 굳이 청와대에 인사 담당 부서를 둘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김영삼 정부가 청와대에 인사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청와대가 모든 인사를 관장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셈이 됐고 그 결과 오늘날 참담한 인사 부작용을 낳게 된 것이라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때 처음으로 ‘캠프’라는 것이 생겼다. 대통령 선거운동은 당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 때문에 공식적인 조직을 활용하면 되지 굳이 외곽조직이란 것이 필요 없다. 그런데 김영삼이 이끌던 민주산악회 인사들이 여기저기 캠프라는 것을 만들어 특정 분야에서는 자기들이 실세인 것처럼 행세했다. 선거가 끝나자 이들은 논공행상을 벌였고 그런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 한 자리씩 나눠 주려다보니 청와대에 그것을 담당할 부서가 생겨난 것이다.

여기엔 대학교수들이 특히 많이 몰린다고 한다. 교수로서 더 이상 출세할 길이 없고 학문으로는 실력이 안 되니 정치권밖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여기저기 줄을 댄다. 대학 총장이 되는 방법도 정치권에 줄 서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나중에 연구용역 하나 따는 것도 정치권 연줄이 큰 역할을 하니 어떻게든 캠프에 이름을 올린다. 김 이사장은 “대학의 정치화가 그래서 심각해진 것”이라고 책에서 밝혔다.

김 이사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우리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선서를 따라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국가라는 것은 지배의 정당성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고 공화국가라는 것은 그 국민이 특정한 국민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정한 계층, 특정한 신분, 특정한 세력의 국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특정한 국민을 차별하거나 도외시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통합의 뜻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그러니까 민주와 공화는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이념적, 제도적 양축”이라고 설명했다.

공화주의적 원칙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 대통령에 박근혜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가 일률적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보급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것은 공화주의를 가장한 국가주의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공화주의는 단순히 통합만 추구하는 이념성향이 아니고 다양성을 근간으로 한다”며 “박근혜가 민주주의 절차와 질서를 무시한 것도 있지만 공화주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 대통령직을 탄핵당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뒤이은 문재인 정부는 공화주의를 존중했을까. 대답은 ‘아니올씨다’이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이 취임사에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그 말대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전혀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장관직, 대사직, 부총리직을 나눠주고 온갖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임원 자리 하나까지 집권세력과 조금이라도 연줄이 닿는 사람으로 바꿔 놓았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 런지 모르겠지만 바라 건데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인사정책을 펴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보다 먼저 청와대의 인사 담당 부서부터 없애야 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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