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사랑받는 아름다운 시인 윤동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사랑받는 아름다운 시인 윤동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2.28 14:25
  • 호수 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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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꼽으면 항상 상위권에 기록되는 ‘서시’의 도입부다. 지난 2월 16일은 ‘서시’를 지은 윤동주의 77주기였다. 윤동주는 학업 도중 귀향하려던 시점에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출소를 5개월, 광복을 6개월 앞두고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원히 펜을 놓아야 했다. 

그의 사후인 1948년 1월 유고 31편을 모은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됐고 현재까지 꾸준히 팔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윤동주가 최근 엉뚱한 이유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한 중국교포가 배달 어플에 남긴 답변이다. 구매자가 버섯이 덜 들어간 거 같다고 항의하자 중국교포는 자신은 정량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겠지만 서시의 전문과 함께 윤동주를 조선족이라고 적은 것이다. 

헌데 이는 한 사람만의 착각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 윤동주 시인의 국적과 민족이 중국과 조선족으로 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윤동주는 건드리지 말라’며 분노했다. 사후 70년이 훌쩍 넘어도 여전히 ‘국민시인’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윤동주 하면 또 많이 거론되는 것이 ‘저항시인’ 논쟁이다. 윤동주가 독립운동 혐의로 옥사(獄死)했다는 점에서 그를 저항시인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섬세한 내면에 주목한 사람들은 그를 순수시인으로 보았다. 한때 시를 전공했던 필자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다른 저항시인 이육사, 한용운의 시 보다 윤동주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이를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순수성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작품은 ‘쉽게 씌어진 시’이다. 특히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하는 필자를 발견할 때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분을 읽으며 반성하곤 한다. 만약 그를 ‘저항시인’으로만 분류한다면 이 부분은 일제에 맞서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라는 해석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를 걷어내야만 필자처럼 개개인에 맞게 의미가 달라진다. 처한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의미로 전달돼야만 시로서 더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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