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봄의 이마는 꽁꽁 얼어붙는데
발끝에 꼼지락거리는 꽃소식
이미, 나비떼 난다
봄이 일어선다는 입춘(立春)에 눈이 왔다.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이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나뭇가지에 흰 나비떼들처럼 눈이 하염없이 온다. 더러운 것들은 다 덮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탈바꿈하려는 몸짓이다. 이 눈이 그치고 나면 한층 따뜻해진 햇살이 비출 것이다. 춥고 어둡고 길었던 날들을 어루만지며 새싹을 밀어 올릴 것이다. 봄은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희망으로 믿음으로 힘든 것들은 견뎌낸다.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 상황을 마지막 있는 힘을 쥐어짜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처럼 다정한 눈빛처럼 하늘이 쓰다듬는다.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그러면 봄날처럼 환하게 따뜻한 날들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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