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보조금 정산 간소화 해법은 없나”…연합회‧지회 아이디어 고심
“경로당 보조금 정산 간소화 해법은 없나”…연합회‧지회 아이디어 고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07 10:17
  • 호수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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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도우미‧전산회계 등 도입해 효과
경로당에서 보조금 정산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연합회의 복지서포터즈가 경로당 임원진에게 전산회계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습.
경로당에서 보조금 정산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연합회의 복지서포터즈가 경로당 임원진에게 전산회계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습.

경기연합회, 회계프로그램 개발하고 서포터즈 교육 통해 확대  

전북 순창군은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은퇴한 회계전문가 지원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읍면사무소 보조금 정산 담당자들도 환영하고, 경로당 회장님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김용식 전북 순창군지회장은 지난해 도입해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회계도우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때 경로당 보조금 정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순창군지회는 회계도우미를 도입, 어르신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지자체 예산을 절감하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 지회장은 “어르신들이 정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회계도우미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로당 회장들의 골칫덩이인 보조금 정산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순창군지회의 회계도우미를 비롯, 경기연합회의 경로당 회계 전산화, 충북 청주시의 지회를 통한 냉난방비 관리 등이 경로당 보조금 정산 간소화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현재 경로당은 지방재정법 등에 의거해 운영비 및 냉난방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한 해당 법에 따라 매년 사용한 보조금에 대한 정산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평생 회계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데다가 70, 80대 고령인 경우가 많아 정산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정산 과정에서 ▷세부항목 기입 누락 ▷물품 구입시 구입 항목이 표시된 견적서 등 미첨부 ▷난방비를 운영비로 사용 ▷영수증 관리 미흡 등의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보조금 정산 간소화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수증을 카드명세서로 대체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보조금을 꼭 항목별로 사용하고 정산서를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큰 틀은 유지되고 있다. 즉, 절차는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금전출납부를 손으로 쓴 후 통장과 대조해 금액이 일치하는가를 따지는 정산 과정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각 지회에서는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정산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령인 어르신들이어서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A지회 관계자는 “정산방법을 알려줄 때는 잘 이해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금세 잊는 분들이 많아서 매년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연합회는 지난 2015년 경로당 전산회계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매년 이를 조금씩 개량해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또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도 디지털서포터즈와 어르신복지서포터즈를 통한 사용법 교육도 진행하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 이를 잘 활용하는 곳은 포천시지회다.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포천시지회는 현재 전체 경로당의 절반가량인 150여 경로당이 전산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조금을 정산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항목을 체크한 후 금액만 입력하면 알아서 계산까지 해준다. 손으로 쓸 경우 숫자를 오기하거나, 잘못 적어도 바로 알기 어렵지만 컴퓨터로 입력하면 숫자가 선명하게 나타나 즉각 알아차리거나 나중에 바로 잡기도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회원 누구나 언제든지 회계프로그램에 접속해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투명성도 높였다. 포천시지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현재는 능숙하게 상용하고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지회 전체 경로당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창군은 지난해 9월부터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경로당회계도우미를 운영하고 있다. 회계에 능통한 공직 및 금융업계 퇴직자 20여명을 선발해 1인당 10~15개 경로당을 맡겼다. 이들은 하루 3시간, 월 60시간씩 활동하면서 자신이 담당한 경로당을 월 2회씩 방문한다. 순창군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보조금을 정산할 계획인데 해당 경로당은 최소 6회 이상 회계도우미의 도움 아래 보조금을 정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는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석환 금과면분회장은 “이전에는 교육을 듣고 혼자해야 해서 막막했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순창군도 시범사업을 진행한 지난해 1억4500만원의 예산을 반납받는 등 성과를 내자 올해는 정식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순창군 관계자는 “회계도우미 운영 예산 대비 만족도와 성과가 커 단계적으로 전 경로당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냉난방비 정산을 지회에서 전담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인 곳도 있다. 청주시의 경우 2018년부터 상당서원구지회와 흥덕청원구지회에 예산을 지급해 냉난방비를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회에 1년 치 보조금을 지급한 후 지회에서 각 경로당 난방비를 대신 결제해주는 것이다. 지회에서 조정자 역할을 함으로써 경로당은 보조금 정산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고 도입 이전보다 1억 이상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누렸다. 

상당서원구지회 관계자는 “냉난방비를 운영비로 잘못 쓰는 등 정산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고 경로당도 운영비 정산에만 집중하면 돼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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