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래서 대통령 잘 뽑아야 하지만…”
[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래서 대통령 잘 뽑아야 하지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3.07 11:26
  • 호수 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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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家長)의 현명치 못한 선택 탓에 집안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지인 중 한 사람은 1980년대 강동구 잠실 아파트에 거주하다 강남의 개포동으로 이사했다.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광화문에 있는 회사와 집을 매일 오가야 하는 출퇴근 문제가 심각해졌다. 승용차로 개포동 집을 나와 강남역을 지나 한남대교 건너 강북에 도착하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였다. 당시엔 전철도 없었다. 한강 다리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일년 열두 달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결국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됐고 이후 강남의 부동산 급등으로 강북의 아파트를 팔아선 다시 강남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지인의 아내는 “그때 살던 개포동 아파트가 지금 30억~50억원이 됐다”며 “당신이 조금만 가족을 위해 희생했더라면 지금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원망한다고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잘못된 정책 판단에 의해 해당 산업은 치명타를 입고 기술력은 정체되고 국가경쟁력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요하게 탈원전을 재촉해 재앙을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7000억원을 들여 멀쩡하게 보수한 월성 1호기를 문 닫게 만들려고 공무원들을 압박하고 경제성 평가 조작하고 한수원은 거수기 이사들로 채웠다. 그 결과 원전의 2001~2015년 평균 가동률(88.9%)은 문 정부 5년간 71.5%로 떨어졌다. 

탈원전 5년만에 20년 이상 세계 최정상 기술력과 경제성을 인정받던 국내 원전 산업은 붕괴했다. 해외 원전 수주는 제로이다. 이젠 이집트 원전 사업을 따낸 러시아 회사의 하도급을 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원전 선진국들이 건설을 중단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꾸준히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키워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며 “현 정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서 수십 년 동안 쌓은 기술력과 선진국 대비 60~70% 저렴하던 가격 경쟁력이 다 사라질 판”이라고 혀를 찼다.

문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27조원을 웃돌던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10년 전 10조원대로 떨어졌다. 미래 원전산업을 이끌 원자력학과는 기피학과가 되면서 신입생은 3분의 2로 줄었다. 재학생 수도 쪼그라들었다.

창원 원전업체 임원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원전 업체들은 거의 문 닫고 남은 곳은 몇 개 안된다. 두산중공업 같은 우량 대기업도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남 지역 원전업체 관계자도 “잘 나가다 사양산업 되는 건 한 순간이더라. 원전 살릴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고 개탄했다.

그랬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가능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탈원전’을 외치다가 ‘입(入)원전’으로 돌아선, 유체이탈 화법이다. 원래대로라면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호기는 벌써 가동에 들어갔고 신고리 6호기도 올해 중 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태도 돌변을 두고 정계에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는 후임 정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탈원전 실패 책임 추궁에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국가 발전은 멈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하는 불행한 사태가 야기돼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제2의 탈원전 대통령’을 뽑지 말아야 한다. 후보들의 언행과 인간 됨됨이를 보고 잘 판단해야 한다. 공약은 판단 기준이 못된다. 그런데 멀쩡하다가도 북악산 아래 ‘구중심처’(九重深處·청와대)에만 들어가면 럭비공처럼 언제, 어떤 식으로 튈지 모르니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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