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우울하지 않게… ‘안부전화’ 가동한 노인회
어르신 우울하지 않게… ‘안부전화’ 가동한 노인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14 09:54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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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로당이 문을 닫은 가운데 대한노인회가 큰 호응을 얻었던 전화 안부 사업을 재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북 구미시지회 회의실에서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문안전화를 드리는 모습.
최근 경로당이 문을 닫은 가운데 대한노인회가 큰 호응을 얻었던 전화 안부 사업을 재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북 구미시지회 회의실에서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문안전화를 드리는 모습.

충북 행복나누미, 경북 행복도우미 통해 주 1회 이상 건강상태 등 확인 

우울증, 생활고 등 어려움 호소하는 어르신은 관련 기관 즉각 연결해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월 15일부터 대한노인회 경북 구미시지회 회의실은 ‘전화상담센터’로 변신했다. 구미시지회 행복도우미 20여명이 1인당 경로당 15개소를 맡아 어르신들에게 안부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전국의 경로당이 일제히 폐쇄되면서 어르신들이 우울감이 깊어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경호 구미시지회장은 “경로당이 다시 문을 닫아 힘든 시기지만  행복도우미와의 전화 상담을 통해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경로당이 다시 문을 닫은 가운데 전국 노인회가 한동안 중단했던 전화 상담을 재개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초창기 문을 닫았을 때와 달리 즉각적으로 대응하면서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지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경로당 어르신들이 코로나 초창기에 비해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심은 덜하지만 경로당 폐쇄로 인한 고립감은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 지회 관계자는 “코로나의 장기화로 가족들과의 왕래가 점차 줄다 거의 끊어진 상태가 된 가운데 그나마 경로당이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그런데 경로당마저 갈 수 없게 되면서 오미크론에 대한 두려움 만큼이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노인회의 전화 상담 재개는 어르신들의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화 상담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지역은 경로당 행복도우미를 운영하는 경북도와 9988행복나누미가 활약하는 충북도다. 두 지역 모두 경로당이 폐쇄된 지 하루 만에 행복도우미와 행복나누미의 주 역할을 문안 전화 및 상담으로 전환했다. 

우울감 심한 어르신 집중 관리

경북도의 행복도우미들은 대면 프로그램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로당 시설점검과 겨울철 동파예방, 전기난방기기 화재 예방 등의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안부 전화를 통한 정서적 돌봄에 나선다. 구미시지회의 경우 행복도우미 1인당 하루에 경로당 회원 30여명에 전화를 걸어 회원별로 주 1회 이상 안부를 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심하게 느끼거나 생계에 어려움에 처한 어르신들이 발견되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영수 선산읍분회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 상당수가 경로당에 못 가면서 하루에 한 명도 못 만나 고립감이 심했는데 행복도우미들 덕분에 외로움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역시 9988행복나누미를 정서 돌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충북 청주시 흥덕청원구지회 27명의 행복나누미들은 2월 15일부터 관내 554개소 경로당 어르신의 우울증 예방, 개인 위생관리 안내 등을 위한 전화 상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화 상담 시 먼저 코로나 대응 방역요령을 상세히 설명한 후 필수적으로 현재 건강 상태와 기분이 어떤지를 확인한다. 또한 가족들과 왕래를 하고 있는지, 경제적 어려움은 없는지도 살핀다. 이때 가족들과 안정적인 생활로 인해 큰 어려움이 없는 어르신의 경우 전화를 거는 빈도수를 줄인다. 

그 대신 혼자 지내거나 지병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은 주 1회 이상 전화를 걸어 집중관리한다. 이순복 행복나누미는 “어르신마다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서 유독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보다 전화를 많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발굴, 위험요소 제거 등 성과 

또한 이 과정에서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을 발견할 경우 행복네트워크, 휴먼케어 등 기관에 연결해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전화 상담을 통해 위기에 빠진 조손 가정을 구해내기도 했다. 지병을 앓는 A어르신은 간병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발달장애로 의심되는 고등학생 손녀를 돌봐야 했다. 더군다나 마땅한 수입도 없었고 유일한 낙은 오전 시간에 경로당에 가는 일이었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숨겨왔던 A어르신은 상담을 통해 이를 고백했고 행복나누미가 즉각 관련 기관에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병생 흥덕청원구지회장은 “전화 상담 외에도 충분한 숙면, 우울증 예방을 위한 체조 및 반려 식물 키우기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 안내하고, 복지사각지대 어르신들을 발굴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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