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30] 세상도 알고 세상 밖도 알아야 한다
[채근담 다시 읽기 30] 세상도 알고 세상 밖도 알아야 한다
  • 백세시대
  • 승인 2022.03.14 10:05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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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도 알고 세상 밖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들어가 활동을 하려는 사람은, 우선 세상을 초월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때가 묻어 더럽혀진 세속의 인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려는 사람은, 우선 세상이 주는 단맛을 다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적(空寂: 실체가 사라진 고요함)이 주는 쓴맛을 참지 못한다.

思入世而有爲者, 須先領得世外風光, 否則無以脫垢濁之塵緣,

사입세이유위자  수선영득세외풍광  부즉무이탈구탁지진연

思出世而無染者, 須先諳盡世中滋味, 否則無以持空寂之苦趣.

사출세이무염자  수선암진세중자미  부즉무이지공적지고취


◆만해 강의

이 세상에서 보람 있는 사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은 명예와 이익의 쾌락에 집착하기 쉬우니, 먼저 담백하고 실체가 사라져 고요한 세상 밖, 즉 자연의 상태를 깨달아서 속세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만일 세상 밖의 상태를 깨닫지 못하면, 더러운 속세의 여러 가지 인연을 초월하지 못하게 된다. 

또 이 세상에 물들지 않고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속세의 쾌락을 전부 알아서 그것이 집착할 것이 못됨을 완전히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에야 세상 밖의 공적(空寂)에 들어가고, 속세의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만일 세상의 쾌락을 모르면, 세상 밖의 공적이 주는 쓴맛을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공적의 쓴맛이란, 공적이 주는 즐거움을 분명히 알지 못하면 공적이 도리어 괴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번거롭고 바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조용한 취미를 좋아하나,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조용한 경우를 당하면 도리어 심심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므로 세상의 쾌락을 알지 못하고 공적한 상태에 처하면, 오히려 고통이 되어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한줄 생각

때론 아는 게 근심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세상을 모른 채 한 가지만을 좇아 맹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상의 재미를 모르고 오직 정진만 하는 사람은 정신이 희미해진 빈틈을 타고 들어온 작은 유혹에 무너질 수 있다. 유혹의 실체를 알아야 대처도 확실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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