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없는 C형간염, 방치 땐 간암 진행 가능성 커 위험
백신도 없는 C형간염, 방치 땐 간암 진행 가능성 커 위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3.14 13:34
  • 호수 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로 혈액을 통해 많이 감염… 면도기‧손톱깎이 공동사용도 위험성 커

감염 사실 알고도 치료 안 받는 사람 많아… 40~50대 이상은 검사 필요

[백세시대=배지영기자] C형간염은 간에 감염된 C형간염 바이러스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간 손상을 일으키는 염증성 질환이다. C형간염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감염된 간세포를 치유하기 위해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발생한다.

C형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A·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현재 백신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평소 혈액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로는 감염 안 돼

현재 C형간염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71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간염은 주로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최대 85%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간염으로 발전한다. 특히 국내 간암 환자의 약 15%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C형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과거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지난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극히 드물다. 

반면, 성적인 접촉이나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사용과 더불어 침술, 부황, 눈썹 문신, 피어싱 등 제대로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의 시술 등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늘었다. 일상적인 접촉보다는 C형간염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의 밀접접촉 혹은 C형간염에 오염된 면도기, 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을 공유했을 때에 감염되는 것이다.

권정현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간 수치 상승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C형간염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금기증(특정 의료 행위가 환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 상황)만 없다면 그 고리를 끊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통해 만성 간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체-RNA검사로 C형간염 감염 확인

C형간염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차 항체검사 결과 양성이 나올 경우 2차로 RNA(리보핵산) 검사를 실시한다. 두 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나오면 현재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항체검사에서는 양성이지만 RNA 검사에서는 음성일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C형간염을 앓고 지나간 흔적일 수 있다.

문제는 C형간염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1차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2차 RNA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RNA 검사에서 양성을 받은 경우에도 치료를 하지 않아 C형간염을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2021년 발표된 C형간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 8810명 가운데 78.2%(6890명)만이 병원 진료를 받았고, 이중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 환자의 74.3%(5118명)에 불과했다. 결국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 10명 중 6명 정도(58.1%)만 실제 치료를 받은 셈이다.

권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전된 진단법으로 증상, 간 수치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간경변증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0~50대 이상이라면 C형간염 검사 필요

C형간염은 간 수치가 상승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형간염 환자 10명 중 8명은 증상이 거의 없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일반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복수, 황달, 간 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 할 수 있다.

C형간염에 노출되면 급성 간염을 앓게 되는데, 대부분은 가벼운 감기 증상 또는 거의 무증상이어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만성으로 진행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C형간염에서 회복되는 일은 매우 드물고, 개인차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간 경변 및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C형간염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100배 정도 간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3배 정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치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한다. 치료 기간은 8주 정도 소요되고, 완치율은 95% 이상이다. 과거에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 치료제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치료 기간은 48주에 달하며 완치율도 60%에 불과했다.

C형간염 치료 후 완치를 했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C형간염은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서다. 이는 다시 언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기적으로 간 경변, 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그는 “C형간염은 국가검진 항목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항체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된 경우 추가 검사와 이후 치료까지 연결하는 감염퇴치전략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40~50세 이상에서는 한 번 정도 C형간염을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