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21] 기억력 떨어진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21] 기억력 떨어진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
  •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 승인 2022.03.21 10:29
  • 호수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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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부모님 세대가 가장 걱정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암을 비롯한 무서운 질병이 많지만 가장 두렵고 피하고 싶은 병으로 치매를 꼽을 수 있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기억장애를 포함한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어르신이 단지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치매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데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정상 노화와 비정상적인 노화를 구분해야 치매를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의 원인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뇌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 감염 및 중독성 질환, 유전성 질환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치매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발생하며, 혈관성 치매는 크고 작은 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혀 뇌가 손상되면서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현재까지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억장애와 치매에 대한 병력 청취, 기억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정밀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최신 뇌영상 검사인 ‘아밀로이드 PET’는 한 번의 촬영으로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의 침착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후속 조치로 60세 이상 치매 의심환자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MRI 검사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경증의 치매에서 인지기능을 오래 유지하고 말기 치매의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많은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의 원인 치료와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최근에는 약물 이외에도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도 소개되고 있다.

약물치료는 치매의 진행을 늦춰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오래 유지하는데 의의가 있다. 가능한 오랜 시간 약물 복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와 부작용, 치매의 종류 등 의학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평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우선 적절한 운동과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에 40분, 주 5회 이상 몸에 땀이 살짝 날 정도로 걷는다면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비만이나 저체중은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 음식은 피하고 뇌에 좋은 야채와 닭가슴살, 생선 등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뇌의 구조까지 나쁘게 만든다. 또한 뇌혈관을 포함한 전신의 동맥경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도 치매의 원인인 단백질을 배출하지 못하게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 혈관성 치매 유병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일이다. 이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신문과 책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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