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심각해진 한국인의 ‘마음 감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심각해진 한국인의 ‘마음 감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1 10:42
  • 호수 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른 나라 드라마와 달리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상담 장면이다. 정신과 의사와의 개인상담, 알콜‧마약중독자 치료자 모임 등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반면 K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상담 장면은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상담을 받는 것이 여전히 생소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국내 ‘게임벤처 신화’로 유명한 모기업의 창업주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특히 그가 최근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우울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질병이다. 남자들의 경우 보통 군대에 입대했을 때 이러한 감정을 경험한다. 현재는 군 문화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원치 않게 입대해 때론 부당한 명령을 받고 ‘상명하복’, ‘하극상’이라는 단어를 들어가며 수용을 강요당할 때 특히 그 감정은 더 커진다. 실제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대를 이탈하거나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필자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고 이를 토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군대는 그런 것이니 참아라’, ‘너가 나약한 것이니 강해져라’ 같은 훈계뿐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정신과’에 가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위염, 감기 같이 몸이 아파서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사회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는 실제환자의 약 5%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2020년 국내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약 83만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OECD 국가 중 우울증·우울감 유병률이 36.8%로 1위이다. 자살률도 가장 높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제때 치료하면 낫는다는 의미이다. 실제 우울증 치료는 대체로 정신‧약물‧운동요법을 통해 이뤄진다. 정신요법은 의사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우울증은 대화와 공감만으로도 많이 호전된다. 정신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우울증 환자의 70%는 치료된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자살 가능성은 우울증 발생 후 3개월까지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새판을 짜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마음의 감기’를 치유할 수 있는 선제적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