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 터지기 전 예방치료를
뇌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 터지기 전 예방치료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3.21 13:27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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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증상과 치료

뇌혈관 벽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가족력·기저질환 등이 원인

증상 없다가 터지면 엄청난 통증… 클립결찰술·코일 색전술로 치료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경기도 화성에 사는 주부 김모 씨(69)는 평소 만성두통에 시달렸지만 약을 복용하면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최근에 깨질 듯한 두통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와 뇌혈관 조영검사를 받았고, 이를 통해 약 3~4mm 크기의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Y’자 모양의 갈라진 뇌혈관 중앙부분이 동그랗게 튀어나오다가 터지면 심각한 뇌 손상을 유발한다.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 환자는 5만8541명(2015년)에서 11만5640명(2019년)으로 97.5%나 증가했다. 일단 파열되면 높은 사망률과 영구적 후유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뇌동맥류의 원인

뇌동맥류는 일반적으로 뇌의 아래쪽인 굵은 근위 뇌동맥 부위에 90% 이상 발생된다. 대부분 뇌동맥류 크기는 10mm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간혹 25mm 이상의 동맥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만성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게서 잘 발생하며, 후천적으로는 혈관 벽의 손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가족력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뇌동맥류가 있다. 직계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다면 발병률은 6~7배 증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뇌졸중 가족력이 있거나 오랜 기간 고혈압이 있다면 정기적인 뇌혈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의 증상

뇌동맥류 환자의 대부분은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혈관이 터졌을 때는 다르다. 혈관이 터지는 순간 환자는 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통증, 평생 처음 경험해본 갑작스러운 두통을 느낀다. 

뇌 구조상 혈관이 터져도 혈전이 생기면서 파열된 부분이 임시로 막혀 두통만 있을 수도 있다. 

이호준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러한 환자들은 두통을 가볍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은 혈관이 다시 터져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30%의 환자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안게 되고 약 30%는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약 30%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아예 병원으로 오기도 전에 사망한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출혈 정도에 따라 출혈이 약할 때는 두통을 느끼고, 심한 경우에는 혼수상태가 오기도 한다.

또한 △뒷목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 △의식 저하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뇌동맥류의 치료

일반적으로 5mm가 넘는 뇌동맥류는 부위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은 크게 ‘클립결찰수술’과 ‘코일 색전술’로 나눌 수 있다. 수술법은 동맥류의 파열 여부와 위치, 모양, 접근성, 환자의 연령, 건강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후 선택해야 한다. 

클립결찰수술은 개두술을 통해 미세현미경으로 직접 뇌동맥류를 확인한 후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시키는 방법으로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코일 색전술은 머리 피부의 절개 없이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 동맥을 통하여 뇌혈관까지 접근해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최근 많은 수술장비의 발전으로 파열 및 비파열 뇌동맥류 대부분의 경우를 코일 색전술로 치료할 수 있다. 상처 및 통증이 없고 입원 기간이 매우 짧아 의료진 및 환자 모두에게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당장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기저동맥이나 척추동맥처럼 위험한 부위의 경우는 3~4mm의 뇌동맥류라 하더라도 혈관조영술을 하여 예방적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3mm 이하의 뇌동맥류는 보통 1년에 한번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크기나 모양이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달리 이야기 하면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는 경우에만 파열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리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뇌동맥류 예방법

대부분의 뇌혈관 질환은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험인자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전문의와 상의해 철저하게 혈압 약물 및 당뇨 약물, 고지혈증 약물 등을 잘 복용해야 한다. 

이호준 교수는 “뇌동맥류를 완벽히 예방할 방법은 없지만, 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와 금연, 금주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비파열 상태의 뇌동맥류를 발견하고, 파열 전에 치료하면 환자 예후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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