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깜깜이’ 수수료율 인상 논란…타 카드사대비 최대 13배
신한카드 ‘깜깜이’ 수수료율 인상 논란…타 카드사대비 최대 13배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2.03.2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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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가맹점 수수료 경감 정책에 중소마트 수수료 인상 ‘돌려막기’?
신한, 최고 2.3% 수수료율 책정 일방적 통보…점주 “신한카드 안 받는다”

마트협회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상 규탄, 5800여개 회원사 가맹점 해지” 예고
동네마트 손들어 준 소비자 불편 호소…“명백한 갑질, 신한카드 안 쓰겠다”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손님 죄송합니다, 신한카드는 받지 않습니다.”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여느 때와 같이 신한카드로 계산하려했지만 할 수 없었다. ○○마트가 신한카드로의 결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점원은 다른 카드 사용을 부탁했고 신한카드 외에는 타사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던 A씨는 계좌이체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했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지금껏 수수료율 인상 요인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드사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사진=한국마트협회 홈페이지)
카드사의 카드수수료 인상통보문. 조정수수료가 최고율인 2.3%로 찍혀있다.(사진=한국마트협회 홈페이지)

최근 정부의 영세 가맹점 카드수수료 경감 정책으로 카드사와 일반가맹점, 특히 동네 중소마트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인하(종전 0.8~1.6%→개정 0.5%~1.5%)해야 하는 카드사가 연매출 30억이 넘는 동네마트에 이전보다 높은 인상률을 책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매출 30억 초과 마트에는 카드사와 가맹점이 서로 간 협상에 따라 수수료율을 책정하도록 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초대형 마트는 카드수수료율 인상과 관련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력이 미미한 동네 중소마트에 불똥이 튄 셈이다.

카드수수료율 인상은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타 카드사에 비해 크게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 통보했고 동네 중소마트들은 ‘신한카드 결제 사절’이라는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마트협회가 밝힌 ‘일반가맹점(중소마트) 2022년 변경 카드수수료율’에 따르면 신한을 비롯해 BC, KB, 하나, 삼성, 농협, 현대, 롯데, 우리 등 9개 주요카드사 중 신한카드가 그 인상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 자료는 표본수의 차이는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신한(표본 478개)의 경우 기존 평균 수수료가 2.02%였다. 그러나 이번 변경된 평균 수수료는 2.28%로 그 인상폭은 0.26%로 나타났다. 최고 수수료는 2.3%까지도 통보됐다. 비슷한 표본수로 조사된 BC(467개)와 KB(434개)는 각각 2.03%→2.13%, 2.01%→2.11%로 두 카드사 모두 0.10%의 인상폭을 나타냈다. 우리카드의 경우 기존 2.06%에서 2.08%로 변경, 0.02% 인상폭을 보였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의 인상폭이 최대 13배까지도 차이나는 셈이다. 

실제 연 매출 50억원 이상의 마트의 경우 기존 2.02% 수수료율로 산정하면 1억100만원이 수수료로 지출된다. 그러나 변경된 수수료율인 2.28%로 산정하면 수수료만 1억1400만원이 나간다. 종전 수수료대비 약 1300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된다. 이에 따라 영세 상인에 대한 수수료 개선을 위해 중형 마트에 그 비용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위:% (자료=한국마트협회 홈페이지/백세시대 재구성)
단위:% (자료=한국마트협회 홈페이지/백세시대 재구성)

이번 수수료율 인상에 저항하는 중소형마트는 협상권 부재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카드사는 조달비용·마케팅비용 등 적격비용(원가)에 마진을 더해 각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매기며 3년마다 책정해 통보한다.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가맹점들은 통신사·자동차 등 초대형가맹점이 아니면 카드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아 부담을 덜지만, 일반가맹점은 보호 장치가 없는 셈이다.

대답 없는 신한카드…상인 가맹중단‧소비자 불매 여파에도?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수수료율 인상 요인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드사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대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번에도 협의 없이 (수수료 인상 내용) 고지서로 받아봤다. 수수료 조정 시 인상 근거가 있어야 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3년마다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4월까지 5800여개 협회 회원사가 신한카드 가맹해지를 앞두고 있다”면서 “대기업 가맹점과 다르게 중소기업 가맹점들은 파편화 돼 있다보니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협회는 그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치가 없다면 매 3년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수료율 인하 여파가 이미 소비자에게까지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상품 구조조정을 완료, 특히 혜택이 많은 알짜카드나 제휴카드를 단종시켰다. 지난해 말 신한카드는 ‘2030 우체국멤버십’, 레이디(Lady) 교육사랑‘ 등 5개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알짜카드로 꼽히던 ‘더모아(The More)’ 카드도 포함돼 신규 발급 중단 전 카드를 받기 위해 신청자가 대거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 15일에는 오투오(O2O) 카드 등 신용·체크카드 18종의 신규발급과 이미 단종 처리된 31종 카드의 재연장을 중단했다.

신한카드는 타 카드사에 비해 크게 높은 수수료율을 통보해 동네 중소마트들이 ‘신한카드 결제 사절’이라는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사진=백세시대)
신한카드는 타 카드사에 비해 크게 높은 수수료율을 통보해 동네 중소마트들이 ‘신한카드 결제 사절’이라는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사진=백세시대)

[백세시대]는 ‘깜깜이’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신한카드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언론 대응도 마트 대응과 ‘대동소이’했다. 본지는 △타 카드사 대비 높은 수수료 인상률 이유 △일방적 통보 사실 여부 △마트 집단행동 이후 대응 방향 △초대형 마트와 협상 내용 △소비자 정책 변경 여부 △향후 대책 등을 물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돌아온 대답은 “현재 다수의 마트들과 원만하게 협상 중이며 성실하게 소비자 관점에서 임하겠다”는 무성의한 답변(문자)이 전부였다.

이와 관련해 신한카드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누리꾼들은 “신한카드 달랑 하나 쓰는데 손절해야하나”, “난 이미 두 달째 안 쓰고 있다”, “바로 해지 해야겠다”, “사회 초년 생 때부터 지금까지 신한카드를 가장 오래 써오면서 한도도 다른 카드들보다 월등히 높게 잡아서 이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카드회사로 바꿔야하나 고민 되네요” 등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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