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어르신도 눈치 안보고 맘껏 생활체육 할 수 있도록 “노인전용체육공원 조성에 적극 나서야”
7080 어르신도 눈치 안보고 맘껏 생활체육 할 수 있도록 “노인전용체육공원 조성에 적극 나서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8 08:54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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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인끼리 각종 생활체육을 즐길 수 노인전용체육공원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의 실내체육관에서 탁구(왼쪽)와 수영을 즐기는 어르신들.
최근 노인끼리 각종 생활체육을 즐길 수 노인전용체육공원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의 실내체육관에서 탁구(왼쪽)와 수영을 즐기는 어르신들.

대한노인회 서울‧부산연합회 추진 “선진국 걸맞게 다양한 시설 갖춰야”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 좋은 모델…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기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9년 전국노인건강대축제를 준비할 때 체육시설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인전용체육공원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
고광선 서울연합회장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장은 얼마 전 서울시에 실내체육관과 야외체육시설을 함께 갖춘 노인전용체육공원 설치 관련 계획서를 제출했다. 고 회장은 “2025년이면 5명 중 1명은 노인이지만 이들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와 사회비용 절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노인회를 중심으로 어르신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노인전용체육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인전용체육공원은 게이트볼‧그라운드골프 등 노인특화 스포츠뿐 아니라 탁구‧배드민턴‧수영 등 생활체육을 ‘노인끼리’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노인의 생활체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0년 건강보험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86조9545억원이다. 이 중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37조4737억원으로 2019년 35조8247억원보다 4.6% 증가했다. 또한 매년 65세 이상 건강보험 진료비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체 진료비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0.8%로 처음 40% 선을 넘은 이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수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국민건강보험의 노인의료비 지출추계와 장기재정 전망’ 논문에서도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인 노인 의료비는 2060년 GDP 대비 5.2∼5.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생활체육 등에 참여해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60년 GDP의 4.5∼4.97%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즉, 수십조 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만495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15.4%로 전체 평균 12.7%보다 높았다. 반면 운동자의 입원이용 경험률은 9.9%에 불과했다. 입원일수도 비운동자가 3.09일로 평균 1.78일의 1.7배에 달했다. 이처럼 운동이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사실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르신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은 더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국가와 지자체는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과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노인체육시설의 설치와 운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2019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공공체육시설은 3만200여개소지만 노인체육을 위한 시설은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고 그나마 노인이 주로 이용하는 게이트볼장 1742개소, 그라운드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이 147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전체에서 6.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2020 고령자 통계’에서 70세 이상 노인 중 체육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32.2%로 연령별 비교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이 기존 체육시설을 이용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반 체육시설은 나이 구분 없이 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지역 배드민턴장에 가더라도 젊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해야 한다. 문제는 노인과 젊은 사람들의 운동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의 운동 강도에 맞추게 되면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큰 데다가 젊은이들은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것을 꺼려한다. 

문우택 부산연합회장은 “일반 체육시설에서는 70대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은 생활체육을 안 하는 것으로 취급해 운동을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노인전용체육공원은 광주광역시에서 조성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다. 2009년 준공된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수영장을 갖춘 실내체육관과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야외 스포츠시설을 갖춰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복지시설로 꼽힌다. 연 평균 15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만족도도 높다.

이에 대한노인회에서는 2025년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제라도 체계적으로 권역별 또는 시군구별로 노인전용체육시설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 획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인전용체육공원 조성은 미흡하다”면서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면서 선진국인 대한민국 수준에 걸맞게 노인 생활체육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우택 부산연합회장도 “저출산으로 인해 문을 닫는 학교나 아이들이 이용하지 않는 공원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노인전용체육공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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