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1] 살림 오래 했다고 정리가 잘 되지는 않아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1] 살림 오래 했다고 정리가 잘 되지는 않아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2.03.28 09:34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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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사람을 공격한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옷장을 열었더니 와르르 쏟아지는 이불들, 잡동사니에 걸려 열리지 않는 서랍, 잔뜩 어질러져서 일할 마음을 뚝 떨어트리는 책상,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은 물건에 치이고 또 지친다.

냉장고 문을 연 순간 꽁꽁 얼어 있는 비닐봉투가 떨어져 발등을 찍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건이 사람을 공격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물건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물건이 주인이 되어버린 공간은 더 이상 사람에게 편안히 쉴 수 있는 가정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실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교도 되어주지 못한다. 이제 물건이 주인이 되어버린 공간을 마주해보자. 제대로 보아야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공간도 변비에 걸린다

집에 들어갔는데도 어질러진 옷들 때문에 편하게 누울 공간이 없다면? 급하게 찾아야 할 서류가 있는데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면? 그 공간은 집으로서도, 사무실로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한다고 봐야 한다.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리 그까짓 거 살다 보면 하는 방법이 저절로 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타깝지만 ‘절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리수납 강의를 듣는 수강생 중에 예비 시어머니와 예비 며느리가 함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시어머니 말씀이 며느리를 맞이해야 하는데 정리수납을 잘 못해 창피하기도 하고 며느리에게 가르쳐주고 싶기도 해서 수강하려고 했더니 예비 며느리도 자기도 그렇다며 어머니와 함께 배우고 싶다고 하여 두 사람이 같이 오게 됐다는 것이다.

살림을 오래 했다고 해서 정리수납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주부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도 “물건이 많은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에 치여서 살림을 하고 살면서도 정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정리는 무엇이고 정돈은 무엇일까? 정리란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공간에서 빼내는 것이다. 정돈이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렸다면 필요한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 사용하기 편리하게 수납하는 것을 말한다.

정리와 정돈 중 정리가 더 중요

그렇다면 정리와 정돈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 물론 둘 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정리가 되어야 정돈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간도 아플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공간도 변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읽지 않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처리한 서류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뒤섞여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 또 새로 사야 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람도 변비에 걸려 배변 활동이 제대로 안 되면 답답하고 몸이 불편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듯이 공간도 물건이 쌓여 변비에 걸리면 똑같이 문제가 발생한다. 물건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도 변비에 걸린 곳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리가 안 되는 공간은 어디인지를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어디가 문제인지를 모르면 어디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몰라 시간이 흘러도 정리는 안 되고, 공간 역시 변비 걸린 상태로 점점 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 약력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 대학원 졸업     

▷업테리어(정리수납) 디자이너 1호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정리수납 전문업체 ㈜덤인 대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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