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폭행에 노출된 대리운전기사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폭행에 노출된 대리운전기사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8 09:53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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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동휠’ 타고 계신 분이 대리운전기사님 같은데.”

얼마 전 동창 모임을 마친 후 차를 몰고 온 친구가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이하 기사)를 불렀다. 기사를 기다리면서 수다를 떨던 중 필자의 눈에 전동휠을 타고 두리번거리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전동휠이란 일종의 전기로 가는 외발자전거로 전동킥보드가 대중화되기 전 반짝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다. 기사는 친구에게 트렁크를 열어달라 요청한 후 자신의 전동휠을 자연스럽게 실었다. 이후 키를 건네 받고 친구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야 요즘 기사들 중에는 원활한 이동을 위해 전동킥보드 등을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후 다른 고객에게 이동하거나 혹은 집으로 복귀하는 것이 기사들에게 중요한 일과다. 초기에는 버스를 타거나 기사들간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셔틀을 주로 이용하다 최근에는 전동킥보드를 활용해 이동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기사는 콜을 받으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트렁크에 킥보드를 실을 여유 공간이 있는지를 묻고, 없다면 취소해달라 요청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대리운전업계의 노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대리운전 시장은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된 1990년대 후반에 태동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에 확대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1조원 규모였던 국내 대리운전 시장은 2020년 2조7672억원으로 7년 사이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올해에는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술자리에 차를 가지고 갔어도 걱정 없이 술을 마신 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또다른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기사들을 향한 갑질 논란이다. 

대리운전의 특성상 만취자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폭행과 폭언에 비일비재하게 시달린다. 포털에 ‘대리기사 폭행’을 검색하면 관련 사건이 쏟아질 정도다.

지난 3월 10일 대구에서 한 남녀가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이 사실이 적나라하게 알려진 건 피해 기사가 바디캠을 장착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바디캠은 휴대용 블랙박스로 주로 경찰들이 범죄증거를 수집하는데 사용한다. 이에 대중들은 ‘얼마나 갑질에 시달렸으면 바디캠을 달았을 정도일까’라며 기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

기사들은 하인도 노예도 아니다. 집까지 데려다줄 의무는 있지만 폭언과 폭행을 참아줄 어떠한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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