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연소 경로당 특별회원이 된 ‘재롱둥이’
[기고] 최연소 경로당 특별회원이 된 ‘재롱둥이’
  • 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부장
  • 승인 2022.03.28 10:15
  • 호수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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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부장
신진영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부장

벌써 2년이 넘도록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도내 4200여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방역수칙 강화조치로 경로당 문을 열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고 프로그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얼마 전 ‘경로당 활성화 보고서’ 발간을 위해 9988행복나누미 우수사례를 정리하다가, 충주시지회 ‘학성경로당’의 사례를 접하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학성경로당의 하루는 11살짜리 수환이(가명)라는 아이가 찾아와 “할머니 잘 잤어?”라고 안부를 물으며 시작된다. 수환이는 경로당 인근에 사는 석 모 어르신의 외손주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부모가 모두 맞벌이를 해서 학교를 마치면 외할머니댁으로 온다. 수환이에게 경로당은 놀이터이자 ‘학교 밖 학교’이기도 하다. 수환이가 외할머니를 따라 경로당을 찾으면 어르신들이 다들 친손주처럼 반겨준다. 

수환이는 학성경로당의 특별회원 격이다. 경로당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종이접기 시간에는 어르신들보다 손놀림이 빠르다. 손이 느려 더듬거리시는 어르신들께는 “할머니 요거는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며 알려주기도 한다. 종이접기 보조강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나누미 강사님과 어르신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그런데 ‘치매인지 프로그램’은 수환이에겐 조금 벅차다. 손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같은 그림의 짝을 찾는 ‘쌍쌍게임’은 관찰력‧순발력‧집중력이 필요하고, 사물 이름도 기억해야 한다. 

손보다 머리 쓰는 데는 힘이 들고 시간이 필요한 수환이에게 이 게임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게임이 수환이의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걸 아는 어르신들은 이번에는 수환이를 도와주고 챙겨준다. 수환이가 놀이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답할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일부러 못하는 척 져주기도 한다. 그러면 수환이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단어를 맞추려고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이 귀여운 ‘재롱둥이’가 경로당에 온 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수환이는 경로당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거나 늦는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 경로당에 언제 올 겨?”하고 성화를 부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일을 하다가도 제쳐두고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1세대와 3세대가 별종이 아님에도 서로 외계인처럼 거리를 두려는 요즘, 희망의 상징처럼 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대 차이 극복을 위한 ‘세대 통합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필자에게도 영감을 주는 사례다. 

더 많은 경로당에서 더 뭉클한 미담들이 들려오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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