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 예술의 경지에 이른 대한민국 공예품 한자리에
문화역서울284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 예술의 경지에 이른 대한민국 공예품 한자리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8 11:17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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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밀라노가구박람회에 출품돼 호평받은 우리나라 대표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전시실에 소개된 강명선의 나전가구(왼쪽 의자), 박종선 목가구 및 스피커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밀라노가구박람회에 출품돼 호평받은 우리나라 대표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전시실에 소개된 강명선의 나전가구(왼쪽 의자), 박종선 목가구 및 스피커 작품.

밀라노가구박람회서 호평 받은 전시… 38개팀의 작품 290점 선봬

‘기생충’으로 유명한 박종선 작가의 가구, 부안관요 청자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58회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주제로 한 한국공예전이 열려 큰 화제를 모았다. 수많은 공예품과 함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몰래 술판을 벌일 때 사용한 테이블이 출품되기도 했다.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 작가의 ‘Trans 201808 Low Table’이란 작품으로 한국 가구의 아름다움을 알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호평받은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이 전시장을 문화역서울284로 바꿔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5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밀라노 출품작에 공예‧디자인 등 작품을 추가해 총 38팀의 작품 약 290점을 전시한다. 밀라노에서는 금속‧도자‧섬유‧유리‧옻칠 등 한국 작가 21명이 제작한 작품 126점을 소개한 바 있다.

전시장 1층에 마련된 하늘과 땅,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지의 사물들’에서는 죽공예가 한춘균과 NBW의 작품들, 신성창과 한선주가 선보이는 꽃 조형물과 섬유 설치작, 부안관요의 청자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중 부안관요의 청자를 주목할 만하다.

전북 부안은 전남 강진과 함께 고려청자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곳이자 최상품의 청자 생산지였다. 전시에서는 부안관요(부안청주박물관)의 도예가 김문식, 강의석, 송승호 작가와 부안도예가협회 임전택, 윤성식 작가의 전통을 계승한 다양한 형태의 비색 청자완(靑磁盌) 100여점을 곰소 소금 위에 전시해 마치 900년 전 바닷속 보물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준용 작가와 이가진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김준용 작가는 색채 변화와 절제된 형상의 기형(器形), 유리의 투명함으로 담아낸 자연의 풍경과 시간들을 유리 공예로 탄생시켰다. 이가진 작가는 청자 발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표면장력이 극대화된 물방울 형태의 도자들은 유려한 곡선과 은은한 색감이 돋보인다. 

김준용의 유리 공예품(앞)과 흙을 구워 대나무를 형상화한 이승희 작품(뒤).
김준용의 유리 공예품(앞)과 흙을 구워 대나무를 형상화한 이승희 작품(뒤).

가구디자이너 박종선의 작품과 강명선의 아트퍼니처(기능보다 예술성을 강조한 가구)도 전시돼 있다. 강명선 작가는 전통 나전 기법을 이용해 자개를 붙인 아트퍼니처를, 박종선 작가는 간결한 조형미로 사람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미는 의자와 스피커, 조명 등을 선보인다.

2층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담은 공예 ‘생활의 자세들’과 인간과의 지속적인 삶을 이어가는 소중한 반려로서 공예를 바라보는 ‘반려 기물들’을 공개한다.

좌식과 온돌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매우 독특하고 독창적인 생활 방식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식 위주의 서양 가구와는 달리 입식과 좌식 모두를 요구하는 한국인의 생활방식은 가구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입식과 좌식이 결합된 공예품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고온으로 구워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는 김시영의 흑자,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린 추상탄화 기법을 활용한 박홍구의 가구, 세월의 기억을 간직한 대상을 얇은 주물로 뜬 조성호의 금속공예, 지속성과 확장성을 만들어가는 몬스트럭쳐의 모듈 시스템 가구 등을 소개한다.

‘반려기물들’에서는 공예가들의 아트 주얼리를 선보인다. 나하나의 니트로 감싼 의자(2층 홀), 강미나·고희승·권슬기·신혜정·오세린·주소원·정호연 등 7명 금속공예가들의 역동적이고도 아름다운 현대 장신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조현형의 목가구, 비단실·모시·삼·무명 등을 꼬고 엮은 이금희의 다회망수, 이동춘의 사진, 박종군·박남중·박건영의 광양장도 등 전통 공예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더욱 다채롭고 즐거운 전시 경험을 제공하고자 체험 행사와 온라인 프로그램이 전시 기간 중 상시 운영된다. 문화역서울284 공예체험존에서는 한지장의 시연과 함께하는 한지뜨기 체험과 도자 물레체험, 섬유 직조기 체험을 통해 관람객이 공예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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