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용 원두커피 만들어 독거노인, 소방서 등에 전달
2021년 노인자원봉사대축제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원봉사단 활동을 하고부터는 매일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요.”
대한노인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 소속의 커피향자원봉사단 강순종 코치의 말이다. 강 코치는 “커피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행복하다”며 웃었다.
커피향자원봉사단은 1회용 원두커피(원두커피 핸드드립백)를 만들어 홀몸 어르신이나 소방서, 경찰서 등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커피 한 봉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커피 한 잔은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커피향자원봉사단은 2020년 4월에 창단됐다. 세종시 조치원읍 문화2길의 세종장로교회 1층에 ‘코세챠카페’라는 커피숍이 있다. 이 커피숍의 하은미(47·세종시 조치원읍)대표는 본업인 커피 판매보다 봉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카페는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이곳에서 주민들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비누·향초 등을 만들고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마스크도 만들곤 한다.
하 대표는 “토탈공예강사를 초빙해 주민들과 함께 소이캔들(콩을 원료로 한 초)도 만들고 원두커피 로스팅 과정도 교육하곤 했다”며 “세종시지회의 센터장님이 그걸 보곤 노인회 봉사를 권했다”고 창단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경로당에 나가시는 어르신 등 20명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녹색어머니연합회장이기도 한 하 대표는 어린이교통안전봉사, 불우아동 반찬배달 등의 활동으로 대통령표창(2021년)을 수상했다.
65~70세의 남(4)·여(16)로 구성된 클럽 회원들은 대부분 세종장로교회 신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월 2회, 주일예배를 마친 뒤 하 대표의 카페에 모여 1~2시간 원두커피 핸드드립백을 만든다. 하 대표가 준비한 원두와 필터 등을 종이봉지에 담아 비닐 포장해 공공기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인근의 소방서 직원은 “전날 밤 출동으로 밤잠을 못 잔 상태에서 어르신들이 주신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며 “저희가 어르신들을 모셔야 하는데 오히려 대접을 받아 죄송하면서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재밌는 점은 커피의 맛과 향에 심취해 직업전선에 나설까 망설이는 회원도 있을 정도다. 한 회원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아예 커피숍을 차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며 “그래도 주위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는 일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이 한 달에 만드는 핸드드립백은 약200개. 원두 등 재료비가 만만치 않지만 하 대표가 있기 때문에 이 시간까지 봉사를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하 대표는 “카페 자재거래처에서 원두 도매 구입이 가능해 클럽 활동비로 버텨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와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21년 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장 영 세종시지회장은 “노인이 하루에 조금씩 커피를 마시면 암·치매 예방의 효력이 있다고 들었다”며 “어르신들의 건강과 정서에 도움이 되는 커피 봉사에 헌신하는 커피향자원봉사단 회원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