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일본 교과서, 강점기 ‘강제연행’ 등 표현 삭제 …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 있는지 의심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일본 교과서, 강점기 ‘강제연행’ 등 표현 삭제 …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 있는지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4.04 09:28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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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내년부터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이 사용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연행’과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정부 검정 과정에서 빠지게 됐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월 29일 교과서 검정심의회에서 고교 2학년 이상이 내년부터 사용하는 교과서 239종이 검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명시하고, 종군 위안부에서 종군을 삭제했다. 강제연행도 동원이나 징용으로 바꾸는 등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삭제하거나 바꾸어 기술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교과서 제작 업체가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반영한 것으로 자국의 청소년들에게 부끄러운 과거사를 감추려는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짓쿄(實敎)출판에 따르면, 당초 일본사 탐구 교과서에는 ‘조선인 일본 연행은 1939년 모집 형식으로 시작돼 1942년부터는 관의 알선에 의한 강제연행이 시작됐다. 1944년 국민 징용령이 개정 공포되면서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연행의 실시가 확대돼 그 숫자는 약 80만명에 달했다’고 기술된 바 있다. 그러나 검정 과정에서 ‘강제연행’은 모두 ‘동원’으로 수정했다.

종군 위안부 표현이 포함된 고노담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는 도쿄서적의 정치·경제 교과서에도 “2021년에 ‘종군 위안부’가 아니라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이 이뤄졌다”는 기술을 추가하고서야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일본사탐구 7종과 세계사탐구 7종 등 14종 가운데 6종은 아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5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점과 위안부 제도가 강제적이었다는 점 두 가지를 모두 쓰지 않거나 썼더라도 모호하게 기술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허황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밝혀왔던 과거사 관련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그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역사교육을 통해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역대 내각은 모두 고노 담화를 이어받겠다고 밝혔고,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도 담화 계승을 언급했다. 

하지만 아베 2기 내각 이후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기술은 고노 담화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반성과 사죄 위에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한국과 대화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일본 대사를 만나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자고 했지만 바로 다음 날 교과서 왜곡 문제가 터졌다. ‘올바른 역사 인식’에 대한 새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할 때다.

일본은 이제라도 먼저 과거사에 대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표현을 고치고 미화한다고 역사의 과오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나아가 잘못된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한일 과거사 문제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를 부정하고 교묘한 말장난으로 속이고 회피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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