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문화이야기] 의외로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
[백세시대 /문화이야기] 의외로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4.04 10:25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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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로 인한 극장가 침체 속에도 선전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유명 사립고 경비원으로 지내는 한 새터민이 사실은 천재 수학자로 ‘밀레니엄 수학 7대 난제’ 중 하나인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밀레니엄 7대 난제는 1994년 영국 수학자 앤드류 존 와일스가 350년간 수학자를 괴롭혀 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후 수학자들의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가 2000년 선정한 수학계의 중요 미해결 문제 7가지이다. 연구소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한 문제당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이중 22년이 지난 현재 증명된 문제가 하나 있다. 2002년 러시아의 괴짜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 ‘푸앵카레 추측’을 정리했다고 올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푸앵카레 추측은 ‘3차원 공간에서 모든 닫힌 곡선(폐곡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일 수 있다면 그 공간은 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우주 끝으로 무한한 길이의 실을 맨 로켓을 쏘아 보내서 그것을 제대로 회수한 다음, 끈을 당겨서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우주는 구형이고, 중간에 무언가 걸리면 구형이 아니다’라는 추측이다.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검증 작업에 착수했고 3년 뒤 그가 풀어냈음을 인정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와 달리 ‘리만 가설’은 아직까지 증명되지 못했다. ‘2, 3, 5, 7 같은 소수(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수)는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현대 물리학의 뜨거운 감자인 ‘양자역학’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학계뿐만 아니라 수리물리학자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리만 가설이 입증되면 우주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필자와 같은 범인은 ‘그런 수학이 우리 생활에 무슨 영향을 주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밀레니엄 7대 난제 중에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날씨를 예측하거나 영화 속에서 CG로 눈, 파도, 연기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때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학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수학을 대학교에 진학하는데 필요한 도구쯤으로만 여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처럼 입시가 아닌 흥미 위주의 교육을 통해 성인이 돼서도 누구나 수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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