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 확진자’ 동거인의 심경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 확진자’ 동거인의 심경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4.04 11:20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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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이나 회사에 전화를 걸면 “000은 코로나 확진돼 집에서 격리 중”이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그만큼  코로나 확진자가 많다는 얘기다. 기자의 동네·학교·사회 친구 중에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가까운 이들로부터 감염됐다고 한다. 자식, 조카, 아내, 남편에게서 어느 순간 옮은 것이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편에서 감염됐다는 말이 안 나오는 걸 보면 철저한 마스크 착용만이 살 길인 것 같다.

기자의 아내도 최근 코로나 확진자 신세가 됐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아내는  “그제 목요일부터 감기증상이 왔다”며 “아무래도 안 되겠어. 병원에 가봐야겠어”라고 말했다. 아내를 승용차에 태워 근처 내과를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20여분 후 간호사로부터 “확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 장난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을 간 사이 “배우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따라 진료실 옆의 자그만 방으로 안내됐다. 오전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 듯 책상 위에는 진단키트를 비롯해 잡다한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마스크에 투명한 플라스틱 안면보호대를 착용한 의사의 얼굴이 피곤해보였다. 의사는 가늘고 기다란 막대를 기자의 콧속으로 밀어 넣었다. 통증이 느껴졌다. 의사가 “음~ 소리를 내면 덜 하다”고 말해 그대로 따라하자 정말 헝겊을 덮어씌운 듯 고통이 덜했다. 

검사 15분 뒤 간호사로부터 “음성”이라는 말을 듣고 “그래요?”라고 했지만 속으론 “그럴 리가 없는데” 했다. 병원에 오기 직전까지도 아내와 얼굴을 맞댄 채 대화하고, 식사하는 등 일상적인 접촉이 있었는데…. 참고로 기자 부부는 각방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민방위훈련처럼 익숙해져 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스마트폰의 네이버가 가르쳐준 대로 밥그릇과 수저, 수건 등을 따로 챙겨놓고, 각자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날 저녁 기자는 전과 다름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실에서 밤늦은 시각까지 넷플릭스 영화를 시청했다. 아내 방에선 기침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아내 역시 고령자라 코로나 치료약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약봉지 겉면에 진해제, 위산과다증약, 해열진통제, 해열진통소염제, 기관지염약 등 일상적인 감기몸살 복용 약 이름들만 적혀있었다. 병원에 전화해 코로나 치료약을 처방 받고 싶다고 하자 “중증일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나마 치료약도 지정약국에서만 취급한다고 했다. 기자가 거주하는 서대문구의 경우는 대유·명문약국 등 두 곳뿐이었다. 고령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더라도 치료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병원을 다녀온 지 5시간 뒤 아내의 핸드폰으로 보건소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확진되셨으므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에 따른 격리대상임을 통지합니다…격리기간 검사일로부터 7일차 밤 자정…귀하의 동거인은 3일 이내에 가족관계확인서, 또는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PCR 검사를 받고 6~7일차에 신속항원검사(고령자는 두 번 모두 PCR)….” 

맙소사! 끔찍한 ‘콧구멍 고문’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하다니. 우울한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 11시 경, 홍은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 인근의 보건소 선별검사소를 찾았다. 다행히 대기하지 않고 바로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동거인을 증명하는 어떠한 서류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음날 화요일 오전 11시 경 기자의 핸드폰으로 ‘코로나19 PCR 검사결과 음성입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아내는 “끈질긴 생명력”이라고 했고, 직장동료는 “축하한다, 대단한 면역력”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확진 소동’으로 배운 건 단 하나, 신속항원검사와 PCR의 차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검사결과가 나오고, 후자는 다음날 나온다는 것이다. 아내의 코로나 확진 이전과 이후, 동거인에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 될까 여전히 불안하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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