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공모 ‘나와 경로당 이야기’ 수상자] 우리들이 잘 모르는 경로당 특징 잘보여 주는 수작 많았다
[백세시대 공모 ‘나와 경로당 이야기’ 수상자] 우리들이 잘 모르는 경로당 특징 잘보여 주는 수작 많았다
  • 백세시대
  • 승인 2022.04.11 09:41
  • 호수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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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 공모 ‘나와 경로당 이야기’ 심사평
백세시대 ‘나와 경로당 이야기’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장명익 남해오네뜨경로당 회장이 윤영현 대구 달성군지회장(오른쪽)으로부터 상장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세시대 ‘나와 경로당 이야기’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장명익 남해오네뜨경로당 회장이 윤영현 대구 달성군지회장(오른쪽)으로부터 상장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학적 깊이와 함께 진솔함과 체험의 깊이에 높은 배점

100여편 모두 아름다운 얘기… 글솜씨 뛰어나 심사 고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아직 속잎이 돋아나지 않은 모과나무는 신나게 목욕 중이다. 정자 옆에 우뚝 선 모과나무는 언제부턴가 경로당 소속 나무가 되었다.(중략) 회원들이 못난이 모과를 손질해 병마다 담는다.(중략) 회원들의 인심이 어느덧 모과 약차처럼 은은하게 내 안에 스며들었다. 경쟁하지 않아도, 조심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이곳이 참 좋다.”

장명익 대구 달성군 남해오네뜨2차경로당 회장이 본지에서 진행한 ‘나와 경로당 이야기’ 공모전에 응모한 원고의 일부다. 우연히 경로당과 인연을 맺게 된 모과나무와 자신을 빗대 서정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최종 1등으로 선정됐다. 

1월 10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1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경로당은 현재까지도 60세 이하 한국인에게는 미지의 공간이다. 공모전 참여자 대부분도 인연을 맺기 전까지 경로당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경로당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했다는 점에서 응모작 한 편 한 편이 큰 의미를 가진다.

본선 진출작을 추리기 위한 1차 예심에서는 경로당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내용을 핵심 평가요소로 삼았다. 응모작 중 상당수가 특별한 사건 없이 경로당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나열하는데 그쳐 예심의 벽을 넘지 못했고 감동적 사연과 경로당의 특색을 잘 드러낸 10여편을 선정, 본심을 진행했다. 

본선 진출작들은 경로당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연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녹여내 옥석을 가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표현‧재미‧구성 등 문학적 요소에 앞서 진솔함과 체험의 깊이, 경로당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1등을 차지한 장명익 회장의 ‘모과처럼 정이 익어가는 경로당 이야기’는 비 오는 날 경로당 회원들이 부침개를 부쳐 먹거나, 장대로 모과를 따서 약차를 담그는 광경을 정겹고도 아름답게 묘사했다. 낯선 곳에 이사와서 경로당을 통해 마을에 녹아드는 과정, 경로당에서 갈등을 겪을 뻔하다가 함께 담근 모과 약차를 마시며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 과정 등을 눈에 선하게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이래범 전북 군산시지회장(오른쪽)과 최성철 이편한세상디오션시티경로당 회장(가운데).
김양자 부산 수영구지회장과 신인성 덕수정경로당 회장(왼쪽에서 2, 3번째).

최성철 전북 군산시 이편한세상디오션시티경로당 회장의 ‘세 살배기 경로당 성장기’는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후 경로당을 정착시키기까지의 분투를 잘 담아내 2등의 영예를 안았다. 경로당을 운영하는데 세심하고 철저한 업무 추진이 요구되고 있는 점을 공감이 가도록 제시했다.  

3등은 경로당 터주대감 여성 어르신들의 사연을 재미있게 소개한 신인성 부산 수영구 덕수정경로당 회장의 ‘장수 할머니들의 사랑방 이야기’에 돌아갔다. 

이와 함께 막내로 회원이 되자마자 회장이 된 후 규칙을 만들어 경로당의 질서를 바로 잡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곽정실 경기 시흥시 대우1차아파트 회장의 사연과 남편의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았다 경로당에 가입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최복례 강원 홍천군 속초1리경로당 부회장의 사연, 심폐소생술로 회원의 목숨을 살려낸 장경호 경기 용인시 신일경로당 회장의 사연이 각각 장려상을 수상했다.     

김연규 경기 시흥시지회장(오른쪽)과 곽정실 대우1차아파트경로당 회장.
조영재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장(왼쪽)과 장경호 신일경로당 회장.
이형주 강원 홍천군지회장과 최복례 속초1리경로당 부회장(왼쪽 2,3번째). 

 


수상소감

“학창시절부터 작가 꿈… 힘 닿는데까지 쓸 것”

1등 장 명 익(84) 대구 달성군 남해오네뜨경로당 회장

학창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꾸며 혼자 습작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40대 때부터 용기를 내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아마추어 동인 활동을 하다 수필가로 등단했습니다. 이후에도 치열하게 글을 쓰며 활동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집필활동을 접기도 했습니다. 평생을 글을 쓰던 습관은 끝내 버리지 못했고 공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펜을 잡게 됐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틈틈이 시를 쓰다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응모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은 큰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까지 글을 쓰고 경로당과 회원들에게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1등 수상작 보러가기]


2등 최 성 철(77) 전북 군산시 디오션시티경로당 회장

5년 전 노인복지관 글쓰기반에서 수학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재미에 눈을 떴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한줄 한줄 엮어 나가는 재미에 매일 펜을 놓지 않았고 등단도 하면서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소 경로당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던 찰나 이번 공모전을 발견했고 응모하게 됐습니다. 경로당에 모여 회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지만 코로나로 인해 무성하게 쌓인 풀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발판 삼아 코로나 시대에 외면받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써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2등 수상작 보러가기]


3등 신 인 성(81) 부산 수영구 덕수정경로당 회장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면서 시에 대한 매력을 느껴 평생 시를 써왔습니다. 우리의 삶은 시를 엮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생은 수백편의 짧은 단편소설들을 엮은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 경로당은 저마다의 굴곡진 아름다움들이 모인 인생의 집합소로 특출나지 않아도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글을 썼고 수상까지 하게 돼 영광입니다. 

[3등 수상작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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