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노인복지 최일선 지방 노인회 직원, 박봉에 불평등까지 겪어”… 취업지원센터장 시위 부른 대한노인회 직원 처우, 무엇이 문제인가
[창간 기획] “노인복지 최일선 지방 노인회 직원, 박봉에 불평등까지 겪어”… 취업지원센터장 시위 부른 대한노인회 직원 처우, 무엇이 문제인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4.18 09:26
  • 호수 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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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타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 대한노인회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취업지원센터장들이 지난해 12월 렐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단일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타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 대한노인회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취업지원센터장들이 지난해 12월 렐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같은 업무에 급여는 수십만원 차이… 업무별 인건비 지급처도 제각각

중앙과 지방, 지자체간 차이도 커… 노인지도자들 “단일호봉제 도입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 A지회 총무부장과 B지회 총무부장은 비슷한 시기 대한노인회에 몸을 담았지만 매달 받는 금액이 수십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지회 사무국 직원의 경우 기초지자체에서 인건비를 100% 지급하는데 시군구별 재정 지원 차이에 의해 급여가 벌어진 것이다. 

#2. 10여년 가까이 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성실(가명) 씨는 지난해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급여호봉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똑같이 노인취업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데, 국비로 인건비를 지원받는 중앙회 직원에 비해 자신은 현저히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홍 씨는 “단지 지방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적은 금액을 받는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최근 대한노인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통일되지 않고 직원들의 급여 문제 개선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중앙회를 비롯 전국 시도별 연합회와 시군구 지회에 단일하게 적용하는 호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대한노인회 창립 53주년을 맞아 “올해 대한노인회를 ‘대한노인회법’에 의한 법정단체로 만들어 예산이 확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천명하면서 이번에야 말로 말뿐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1969년 대한노인회 창립 이후 전국의 직원들은 노인복지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지만 법적으로 지원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노인복지관 등 타 비영리 사회복지시설 근로자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아왔다. 그러다 2011년 제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대한노인회의 조직과 활동에 관하여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고 협조‧지원할 수 있다)에 따라 합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법 제정 이후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직원들의 임금 지급을 사업별로 지급하면서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국은 지방비… 취업센터는 국비

대한노인회 지회 직원의 경우 크게 사무국장‧총무부장(이상 사무국), 경로부장, 취업지원센터장, 일자리전담 등으로 분류된다. 사무국의 경우 각 ‘시군구’에서 인건비를 지급하고, 경로부장은 시도비와 시군구비로, 취업지원센터장과 일자리전담은 국비에서 급여를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 기업이나 기관과 달리 호봉 개념이 희미해 10년을 넘게 일한 직원이 갓 입사한 직원과 동등하게 받거나 적게 받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금은 개선됐지만 일자리 전담의 경우 한때 12개월을 일하고도 11개월치 임금만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비 지원을 통해 취업 업무를 맡는 중앙회 직원과 지회 취업센터장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20년 입사한 중앙회 8급 신입직원이 연봉 3500만원을 받는 반면, 15년 이상 재직한 지회 센터장의 급여는 28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갈등을 빚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인식해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다수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급여를 받으며 10여년간 일해온 사무국 직원들에 대해, 같은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수준으로 급여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D지회 관계자는 “연합회장, 지회장님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서 지자체에서 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급여를 매년 인상해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E지회 관계자도 “그간 급여만 지급하다 지난해부터는 퇴직금, 4대 보험료 등도 지원하고 있고 내년에는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취업지원센터장들은 급여 불평등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 최근 중앙회와 단체교섭에 나섰다. 취업지원센터장들은 지난해 7월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대한노인회취업지원지부’(이하 취업지부)를 설립했다. 조직 정비를 마친 10월 6일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앙회가 “사용자가 아니다”며 단체교섭을 회피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이후 11월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서 중앙회가 지부의 단체교섭 상대방이라고 인정 결정(서울2021교섭82)하면서 교섭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서울지노위는 “연합회와 지회는 취업지원센터 소속 근로자에 대한 근태관리‧인사 등 개별 근로계약관계에 대한 사용자로서 일반적인 지휘‧감독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체 취업지원센터 임직원들의 월 임금 등 보수기준과 성과장려금의 지급 등 취업지원센터 직군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서는 중앙회가 연합회‧지회와 중첩적으로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아니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하던 중앙회가 올해 1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
“사용자가 아니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하던 중앙회가 올해 1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

중앙회가 이에 불복하자 취업지부는 12월 6일부터 1인 시위를, 15일에는 조합원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중앙회 앞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며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중앙회는 올해 1월 3일 홈페이지에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공고’를 올리며 취업지부의 단체교섭을 수용했다. 또 4월 14일 중앙회가 김호일 회장이 동석한 가운데 180명이 가입한 센터장 노조와 교섭회의를 진행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연합회 및 지회, 지자체, 직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사업별로 인건비를 지급함에 따라 지회 내 직원 간 발생하는 불합리한 급여 격차, 지자체 재정 문제로 인해 시군구 지회별로 발생하는 차이 등은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노인지도자들은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중앙회, 연합회, 지회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단일호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노인회 지원법 개정해야”

익명을 요구한 한 지회장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는 각종 노인문제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정작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대한노인회 직원들은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불평등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가 손을 놓고 지자체에 문제를 떠맡기면 갈등만 높아지기 때문에 노인복지 발전과 종사자 사기 진작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지회장은 “김호일 회장 취임 이후 중앙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히면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어 아쉽다”면서 “대한노인회지원법을 개정하는 등 현실 가능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노인회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결자해지’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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