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처방이 가능한 시대
[창간 기획]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처방이 가능한 시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4.18 14:25
  • 호수 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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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쏘아올린 ‘비대면 진료’
코로나19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전화, 앱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구 소재 한 의원의 의사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전화, 앱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구 소재 한 의원의 의사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 코로나19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집으로 약 배송도 가능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약 처방 편해져… 안전성, 책임 소재가 관건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정상수(72) 어르신은 얼마 전 평소 복용하던 고혈압, 당뇨약이 떨어져 집 근처 단골 내과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들로 길게 줄이 늘어선 것이다. 대기 인원만 30명이 넘었다. 특히 대기하는 동안 주변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 때문에 정 어르신은 신경이 쓰였고,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서게 됐다. 이후 자녀의 소개로 비대면 진료를 알게 된 정 어르신은 자신의 고혈압, 당뇨약을 전화로 처방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도 비대면 방식의 업무가 확산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바이러스 감염 전파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국민들도 전화 처방 등 새로운 의료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해소되면서 앞으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은 점차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총 1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비대면 의료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새로운 ‘비대면 진료’ 경험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되자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전화 진료, 대리인 처방을, 재외국민을 대상으로는 화상진료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고혈압‧당뇨 등 주기적으로 병원 방문이 필요한 환자들이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됐다.

최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만3252개소 의료기관에서 325만3451건(437억6344만원 규모)의 비대면 상담·처방이 이뤄졌다. 매일 평균 5166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 동향’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종별 비대면 진료 활용 비율은 의원급 62%, 종합병원 22%, 상급종합병원 10%, 병원급 6% 순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160만건)의 비대면 진료 건수가 60대(60만건), 50대(50만건), 40대(30만건)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박선아 분석관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노인성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은 게 비대면 진료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 쏟아져

비대면 진료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특장점을 가진 플랫폼들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비대면 진료 앱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를 표방한 앱은 20여 개에 이르며, 병·의원 예약서비스와 휴일 휴무 여부 등의 정보 공유 수준이었던 앱도 앞다투어 비대면 진료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상태다. 

앱을 이용할 경우 예약부터 진료, 처방전, 약 배송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접수순서는 대부분 환자가 앱에 개인 정보와 증상을 입력해서 원하는 진료 과목을 선택하면 병원을 연결해 전화, 화상 진료를 볼 수 있는 식이다. 처방전을 팩스로 약국에 보냄으로써 환자가 자주 가는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약 배송도 택배, 배달, 직접수령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비대면 진료의 대표적인 앱인 ‘닥터나우’는 코로나19 치료, 감기, 탈모, 다이어트, 만성질환, 복통 등 증상별 분류를 통해 환자가 진료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누적 앱 방문자가 140만명을 넘을 정도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 될까?  

안타깝게도 현재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업계는 ‘비대면 진료 경험’ 증가가 결국 산업의 활성화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약물 오남용과 의약품 오배송,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리적 제한을 넘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지리적 접근성에 기초한 1차 의료 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선 의료진들은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책임 소재 문제에 대한 부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의료계와 산업계는 국민과 환자의 건강보장을 위해 초진환자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비대면 진료 대상 질환을 선정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확대되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의료서비스 활용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 관점에서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국민의 건강 향상을 중점으로 원격진료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의료계와도 원격진료의 법적 책임 소재, 참여 의료기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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