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거듭 진화되는 항암제… 암 완전정복 멀지 않다
[창간 기획] 거듭 진화되는 항암제… 암 완전정복 멀지 않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4.18 14:29
  • 호수 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항암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항암제는 의학·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화학항암제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대사항암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항암제는 의학·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화학항암제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대사항암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화학·표적항암제, 독성·내성 등 부작용… 면역항암제는 적용 대상 적어

4세대 대사항암제, 영양공급 차단해 암세포 사멸… 암 정복 희망 보여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암은 여전히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위협적인 질병이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0만여 명이었던 암 발생자 수는 20년이 지난 2019년에는 25만5000여 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기대 수명(남자 80세, 여자 86세)까지 살 경우 남자는 약 40%, 여자는 약 36%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의 주원인인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에는 직접 제거하는 절제술, 방사선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들을 정밀하게 제거하기 어렵고 다른 조직에 전이가 되는 경우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항암제가 등장했다. 직접 잡초를 뽑거나 벌레를 잡는 것이 아닌 농약을 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항암제는 의학·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진화하고 있는 항암제 소개와 함께 노인에서의 항암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1세대 ‘화학항암제’

최초의 항암제가 개발된 것은 약 70년 전인 1940년대이다. 그 이후 30년이 더 지나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를 상용화 할 수 있게 됐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분화 속도가 빠르다는 특성을 이용,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주로 수술이 불가능한 암 환자나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용해 왔지만 다른 세포에 비해 분화 속도가 빠른 ‘정상 세포’까지 구분 없이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정상 세포들 중에서도 골수의 조혈모세포, 모근세포, 구강과 장내 점막의 상피세포 등이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들이다.

이에 정상 세포들이 화학항암제의 공격을 받으면 파괴되기도 하고 백혈구 감소, 탈모,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2세대 ‘표적항암제’

이 같은 화학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한 것이 바로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특정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여 암을 제거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아 당시 획기적인 항암제로 불렸다. 화학항암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제 반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백혈병 등과 같은 혈액암과 유방암 등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항암제이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표적항암제가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적응증을 가져 제한적으로 투여할 수밖에 없고, 암세포가 ‘표적’을 찾을 수 없도록 변이되면 더이상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암세포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이된 상태에서는 항암치료제로서 효과가 떨어지며, 치료제에 내성이 생길 경우 약이 듣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3세대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3세대 항암제가 바로 2010년대 들어 본격 개발된 ‘면역항암제’다.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울 수 있는 힘을 높여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와 달리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했다. 우리 몸에 하루에도 수천 개씩 암세포가 생기지만 암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면역세포가 이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암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쓴다. 암세포에서 나온 특이 단백질이 면역세포와 결합해 눈을 가리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내성 발생 빈도가 낮은 편이며,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서는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장점도 있다.

다만, 아직 적용할 수 있는 증상은 많지 않다. 꾸준히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긴 한지만 현재는 전체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혈액암), 요로상피암(방광암), 위암, 신세포암(신장암) 등 7개 암종에 사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약이 듣는 반응률이 20~30%에 그친다는 점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단독 처방 대신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4세대 항암제 ‘대사항암제’

최근 급부상하는 4세대 항암제는 ‘대사항암제’다. 대사항암제는 암세포가 기본 대사과정인 성장, 노화, 사멸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해 암의 대사과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사물질을 차단,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치료제다. 몸속에 있는 암세포가 성장하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차단해 근원적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암세포 대사량을 50% 이상 낮추고,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암종에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에 대사항암제는 전 세계 연구자와 제약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암 정복을 향한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말 대사항암제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하임바이오는 세브란스병원과 진행한 임상 1상에서 표준치료에 실패한 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인 항암치료도 충분한 효력 발휘… 섣불리 치료중단은 말아야

◇노인들의 항암치료

상당수의 노인 암환자들은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로 암 치료를 시작단계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암의 병기가 진행된 상태일수록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노인 암환자들도 항암치료를 받을 경우,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과 삶의 질에 있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들이 많이 나와 있다. 

노인 암환자들이 항암치료를 견디지 못한다거나 항암치료를 받으면 더 빨리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걱정과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최근 의료계는 노인 암환자의 치료가 지니는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노인종양학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노인항암치료 전담과나 전담의사를 배치해 노인 암환자를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정윤화 대전선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은 “암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항암제의 종류와 부작용이 제각각이며 필요에 따라 항암제 용량과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해 노인 환자라도 견뎌낼 수 있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때문에 단순히 주변의 이야기를 본인에게 적용하여 자의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