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노인 역량이 국가발전에 도움…자원봉사 등 사회활동 참여해야”
[창간 기획]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노인 역량이 국가발전에 도움…자원봉사 등 사회활동 참여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4.25 09:40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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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들 총GDP보다 우리가 더 높아…“산업화·민주화 성공 유일 국가”  

부친(정일형 박사) 정치탄압에 정계 입문…가보 ‘靑田’ 그림 팔아 선거비 충당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아프리카 국가들의 GDP(국내총생산)를 다 합친 것보다도 우리나라가 더 높다. 놀라운 일 아닌가.”

지난 4월 초,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정대철(78)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 같이 요약하면서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간 GDP 합산은 1조6000억불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GDP(2020년)는 1조8000억불”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네이버의 ‘나무위키’는 “아프리카는 두 번째로 큰 대륙에 12억명이 넘는 인구와 54개국이 존재하는 지역”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조찬기도회에 연사로 나서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운 국가’란 사실을 뒷받침하는 9가지 항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고문은 “그 가운데 산림녹화, 지하철, 공중화장실, 건강보험, 인천국제공항 등 5가지 제도와 시스템은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큼 앞서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은 입·출국의 평균 소요 시간이 각각 12분, 16분으로 세계 1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나라’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공한 유일한 나라이다. 특허 문제로 늘 고소당하던 나라가 애플을 상대로 우리 특허를 도용했다고 소송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삼성전자가 한때 전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던 소니를 포함해 일본의 10개 전자회사의 이득보다도 많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의 GDP는 세계 10위, 무역량·수출량·군사력은 7위, 외환보유고는 4617억불로 8위(2022년 2월), 국방비 12위, 인터넷 가입 1위, 전자정부 발전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런 수치들은 제가 직접 다 조사한  바”라고 말했다.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을 뭐라고 보나.

“가난을 극복하고 잘 살아보려는 노인 세대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맞다. 우리나라는 반인간적, 반생명적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는 담세율, 세전세후빈곤율, 공공지출 등 국가지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가 중 최하위다. 또 공교육지출, 노조 조직율, 비정규직 비율, 사회갈등지수 등 사회지표도 OECD 중 최하위다.”

-세전세후빈곤율은 무엇인가.

“세금을 떼기 전과 뗀 후의 빈곤율을 말한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겨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절반도 못 버는 빈곤층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한국의 세전 빈곤율과 세후 빈곤율 차이는 0.024%포인트로 OECD 중 최저치란 말이다. 그만큼 조세를 이용한 빈곤율 개선 폭, 즉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정 대표는 “출산율, 자살률, 직계존속살인비율, 교통사고 사망률, 산재사망률 등 존엄성을 가리키는 인간지표도 세계 최악”이라고 밝혔다.

-노인 빈곤율도 OECD 중 가장 높다. 해법은.

“노인 실업을 해소하고, 생계를 유지하고, 경제력을 향상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먼저 노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노인 공동체를 만들어 생산과 소비, 판매를 공동으로 실행해 수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또 다른 정책 수단이라면.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고령사회에 대처하고 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행정·재정적 전담인력이 많아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노인정서 지원 확대를 위한 심리상담사 인력 확보 같은 것이다.”

-노인 자살율도 높다.

“노인 자살 원인 중 경제적인 이유가 40.4%나 된다. 우리나라의 사회 복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OECD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인복지비의 지출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출산율 저하 등 노인부양 인구의 감소도 문제다.

“노인층의 생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생 취업교육과 함께 부양수당, 세제혜택, 융자 등의 공적지원을 확대해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에 대한 어려움을 줄여주어야 한다.”

정대철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학사, 서울대 법학대학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이다. 9·10·13·14·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소강민관식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부친이 해방 후 국회 외무위원장, 외무부장관, 신민당 부총재 등을 역임한 정일형 박사이고, 모친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가정법률사무소 소장을 지낸 이태영 여사이다. , 아들 호준씨도 제19대 국회의원(국민의당·서울 중구)을 지냈다. 

정대철 대표 가족.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앉은 이가 모친 이태영 여사. 우리나라 첫 여성 변호사를 지냈다.
정대철 대표 가족.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앉은 이가 모친 이태영 여사. 우리나라 첫 여성 변호사를 지냈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교육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부산 피난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 옷에서 돈을 훔쳐 딱지도 사고 군것질도 하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호되게 혼났다. 어머니가 다리에 피가 나도록 매질을 하셨고 저를 문밖으로 내쫓았다.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울면서 다시는 도둑질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일 이후로 이 시간까지 늘 ‘정직하게 살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한다.”

-3대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 가훈은 무엇인가.

“첫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아버지가 ‘화의죽정’(花意竹情)을 써주셨다. ‘꽃에도 뜻이 있고 대나무에도 정이 있다’란 의미로, 어떤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서 양면성과 다면성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 갖고 단정하기 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고 세상을 관조하면서 대하라는 얘기다. 사람도 그만의 장점이 있으니 함부로 무시하거나 대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들에게도 이 말을 들려주었다.”

-정계 입문 계기는.

“아버지가 하시는 걸 보고 동기부여가 돼 어릴 적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미국 유학 시절 아버지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명동선언사건)하다 억울하게 의원직 상실을 당하는 걸 보고 아들인 내가 나서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봐야겠다는 각오로 아버지의 지역구(종로, 중구)에서 나왔다. 당시 어머니를 비롯 친지들이 모두 반대했다. 가진 것도 없는데다 박정희 정권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해서다. 제가 뜻을 굽히지 않자 어머니는 가보로 간직해오던 靑田 이상범 그림을 주시면서 선거비용에 쓰라고 했다. 결과는 당선이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김대중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와 미국 유학생활 7년, 대학원 공부 시작한 지 12년 만에 박사학위 받았을 때이다. 박사시험에 낙방해 미주리 강가에서 울던 때가 엊그제 같다(웃음).”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사회 각계 원로 오찬을 가졌다. 윤 당선인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초박빙의 차이(0.73%)로 신승했으니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합과 초정파적 협치를 해야 한다.”

정대철 대표는 윤 당선인을 검사 초기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이 날 “정대철 선배와 10년 전에 소주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하자 정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제 같이 소주 마시긴 다 틀렸다”고 답해 윤 당선인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이날 모임 장소는 정 대표 동생이 운영하는 한국가구박물관으로 국민통합위원회가 오찬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것도 정 대표를 고려해서라고 한다.

정대철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100세 시대, 노인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 “인구 5분의 1이상인 노인 인구의 역량을 이끌어내야 국가발전이 활성화 된다”며 “개인적인 성취감과 보람 있는 삶의 차원에서도 자원봉사 등 노인 스스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철 대표 프로필

▷경기중·고, 서울대 법학과 학사·석사 미주리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9·10·13·14·16대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소강민관식육영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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