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고령자를 꼰대로 몰고 가는 사회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고령자를 꼰대로 몰고 가는 사회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2.04.25 10:58
  • 호수 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고령자를 꼰대로 매도하는 풍조

 갈수록 심해져도 반론조차 없어

‘꼰대’는 공감능력의 부족 등

 부정적 행태를 가리키지만

 나이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잘못

지난 20여 년 사이, 특히 지난 5~6년 사이 우리 사회에는 고령자를 꼰대로 매도하는 풍조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근로(생산)현장과 정치권에서 그런 풍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이성적이고, 국가사회 발전과 사회통합을 해치는 잘못된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 지도자층이나 지성인들조차도 반론을 제기하거나 우려를 표명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고령자의 판단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라서 개인, 집단, 지역, 문화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50대부터를 고령자로 보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고령자고용법에서는 50~54세를 준고령자,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50대 이상의 건강상태는 10년 전 같은 나이 또래보다 크게 좋아지고,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법제화되는 것 등의 영향으로 고령자를 60대부터로 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꼰대는 전남과 경북지방에서 번데기를 가리키는 ‘꼰대기’ 또는 ‘꼰데기’라는 사투리에서 유래하여 ‘꼰대’라는 말로 변한 것으로, 학생들 사이에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늙은이’나 ‘늙은 선생님’ 등으로 고령자를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돼왔다.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는 한편 지식정보화사회로도 급속히 진전되면서 ‘꼰대’의 의미가 확대되고 고령자를 비하하는 말이 되고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꼰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외국까지도 알려졌다. 2019년 9월 23일 자 영국 BBC 방송국 Facebook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가 소개됐는데 그 의미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꼰대의 특성을 정리해 본다면 ① 지식과 기술보다 경험과 경륜을 중시함 ② 편향된 고정관념에 얽매임 ③ 자기 생각이나 판단이 옳다고 확신함 ④ 과거의 자신을 미화하고 자랑함(나 때는~) ⑤ 말만 앞세워 오지랖 넓게 참견함 ⑥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 부족 ⑦ 엄격한 위계질서와 조직 충성심 강조 ⑧ 자신의 보신을 위해 폐습(적폐)의 개혁에 소극적임 ⑨ 위협적이고 무시하는 언어(막말 등)를 자주 사용 ⑩ 달라진 사회적 가치관을 무시함 등이다. 

장유유서를 포함한 유교적 전통사회의 가치관이 우리 사회의 급속한 시대적 변화를 거치는 와중에 특히 조직문화 속에서 고참, 선배, 고령자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보신을 위해 꼰대의 행태를 보여왔고, 이러한 꼰대 행태가 후배들에게도 학습되고 세습되어 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고령자는 꼰대와 보수(보수 골통)로 매도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매도당하는 것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고령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상당수 고령자는 그런 꼰대 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내가 지난 40여 년간 노화 현상과 고령화를 연구한 과학적 지식으로 판단해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꼰대 여부 판단 기준은 결코 나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꼰대 여부는 개인의 능력, 생각, 언행, 인성 등 개인적 특성으로 판단할 것이지, 결코 나이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꼰대에 관한 체계적 조사는 아니지만 꼰대가 어느 연령층에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조선일보(2019. 12. 28. 주말의 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20~30대 남녀 2009명을 대상으로 꼰대가 어느 연령층에 많은가를 물어본 응답 결과는 50대(35%), 40대(21%), 60대(13%), 30대(7%), 70대(4%) 순이었다. 놀랍게도 60대 이하 비고령자(청년층과 중년층)에서 꼰대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로 보면 꼰대는 나이와는 별로 관계가 없고, 개인적 특성과 크게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30여 년간 많은 학문적 연구결과에서도 성인의 능력 또는 생산성은 나이보다는 개인적 특성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면서 구태의연하고 단순하게 고령자를 꼰대와 보수(골통)로 매도하는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꼰대 같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아니 어쩌면 대다수 국민과 사회지도층, 심지어 일부 지식층까지도 나이로 꼰대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사회로 내달으며 경제적 선진국에 도달한 한국사회의 수치라 할 수 있다.

개인적 특성에 따라 고령자라도 얼마든지 꼰대가 아닐 수 있고, 비고령자라도 얼마든지 꼰대일 수 있다. 나이로 다른 사람을 꼰대로 판단하기 전에 자신이 바로 나이로 꼰대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꼰대가 아닌지 자신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