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참으면 우울증으로 도지거나 분노 폭발도
‘화병’ 참으면 우울증으로 도지거나 분노 폭발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4.25 14:02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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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의 증상과 한의학 치료
화병은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아뒀다가 감당하지 못해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병은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아뒀다가 감당하지 못해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가 원인… 지속적인 분노로 일상생활 어려우면 치료받아야

한방선 침·약물로 화 다스리는 요법… 호흡‧명상 등 마음치료도 도움

[백세시대=배지영기자] ‘분조장’이란 말이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쓰인다. 분노조절장애의 줄임말로, 사소한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표출된 공격적인 행동 문제를 가리킨다. 사회 전반에 화가 많은 심리를 반영해서다.

화병은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쌓아뒀다가 그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을 말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암과 같은 다른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의학 정신건강센터 장은 “최근 화병은 화를 내지 못하고 참아 병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화를 참지 못하는 충동 장애로도 나타난다”면서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을 찾아오는 분노 표출형 환자들이 일상생활의 어려움 및 정서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 동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 상황, 어디에도 탓할 상대가 없으니 참고 있던 울화가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하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이 시한폭탄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행동반경에 제약이 생기고, 턱 끝까지 쫓아온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을 파고들었다. 또한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생존권을 위협시키며 사람들의 화병을 유발했다. 

마음속 울화는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게 된다. 최근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젠더 갈등, 소수자 혐오, 묻지마 범죄 등도 억압된 심리가 표출된 결과라 볼 수 있다. 

화병 환자의 축적된 스트레스는 충동적인 행동이나 공격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또한 화병을 방치할 경우, 폭력성뿐만 아니라 우울증까지도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화병연구센터에 따르면, 화병과 같이 진단된 질환을 보면 주요우울장애가 63.8%였고 뒤이어 범불안장애(17.4%), 공황장애(11.8%), 감별불능신체형장애(8.7%), 기분부전장애(7.2%)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화병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1인당 평균 1.8개의 이상 진단을 받았다. 

김종우 교수는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화병 증상으로 연결이 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며 “오랜 기간 누적된 억울한 감정은 분노보다는 우울이나 불안의 증상을 많이 가지고 화병의 신체 증상을 뚜렷하게 나타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화병은 어느 정도일 때 병원에 가야 할까

따라서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분한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조기부터 화병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질병으로 자각하고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인 분노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주요 증상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사소한 자극에 반응하거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화를 내는 경우 ▲우울증(기분장애)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서 답답함과 치밀어 오름 등의 신체 증상이 있는 경우 ▲매사에 짜증이 나고, 쉽게 분노가 나면서 최근에는 심해져서 신체 증상이나 분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가슴 답답함, 심장의 두근거림, 치밀어 오름 등의 증상이 있지만, 순환기 혹은 호흡기 내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등이다.

◇화병은 어떻게 치료할까?

이처럼 자가진단으로 화병이 의심돼도 치료에는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화병은 마음의 병이라는 생각에 ‘그냥 마음을 다시 잘 잡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워낙 오랜 기간 쌓인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화병의 치료가 쉽게 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치료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본인이 화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가 잘 안된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결국 나중에 다른 질환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대사를 관장한다. 이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몸에서 열을 많이 발생시킨다. 이 열은 위로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화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또한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해 화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화병은 신체 증상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신체의 오장 육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 이에 어혈을 없애서 기와 혈을 순환시키는 치료와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정신요법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화병 치료가 가능하다.

한방에서 화병 치료는 침, 약물, 뜸, 한방정신요법 등 4가지다. 침과 약물치료를 통해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증상 조절을 하고, 한방정신요법을 통해 정서나 행동의 문제를 개선한다. 침과 뜸은 유방 사이에 평소 답답하고 아팠던 혈 자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약물요법은 맺힌 기를 풀어주고 치밀어 오른 기는 내려주는 원리로 한약재를 사용해 기의 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정신요법은 마음의 안정과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호흡과 명상을 진행한다.

김종우 교수는 “화를 참는 것도,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 개선과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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