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과 치료
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4.25 14:09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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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도파민이 부족해 증상 나타나… 종아리 부근에 불편한 느낌 계속

밤에 증상 심해져 수면장애 초래… 도파민 제제, 철분제 복용으로 치료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김정용(67) 어르신은 최근 저녁에 자려고 누워있으면 종아리에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과 불편감이 생겨 다리를 주물거나 가볍게 때려줘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상을 느낀 김 어르신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등 휴식 중에 다리에 근질거리는 이상 감각과 초조함이 느껴지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만성 수면장애를 동반하기도 하는데, 잠들기 전 감각 운동성 증상뿐만 아니라 각성상태가 증가하며, 수면 중에도 주기적 사지 움직임이 나타나 불면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나타난다고 추정되고 있다. 도파민이 만들어지려면 철분(Fe)이 필요해 몸에 철분 부족도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차적으로는 다리에 충분하지 못한 혈액 공급, 말초 신경증과 같은 신경 손상, 당뇨병, 빈혈, 신장병, 전립선염 및 방광염 같은 질병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피로하거나 카페인 음료 섭취, 온도가 높거나 추운 곳에 오래 노출될 때에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하지불안증후군은 오래 기다릴 때나 앉아 있을 때 보통 나타날 수 있는 저린 증세와는 다르다. 최소 한쪽 다리의 일부가 포함된 신체의 특정 부위들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이상한 감각으로 집중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양쪽 다리, 특히 종아리 부근에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느낌 ▲다리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감각 증상(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안에서 터질 것 같은 느낌, 옥죄는 느낌, 전기가 흐르듯 저릿저릿한 증상이나 불편한 느낌) 등이 나타난다. 또한 휴식하거나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주물러 주면 증상이 사라지거나 호전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해서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증도 이상의 증상을 가진 환자의 약 50%는 팔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증상은 밤에 가장 심해지는데, 움직이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잠들기 힘들거나 수면 도중에도 자주 깨는 등 수면장애가 초래된다. 이를 방치하면 수면 부족이 동반돼 피로 회복이 되지 않아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게 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 

하지불안증후군은 주관적 증상기술과 문진에 의해 1차 진단이 내려지기 때문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을 주로 보이는 기타 다른 질환과 명확히 감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초기에 주로 허리 디스크, 말초혈액순환 장애, 불면증 등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환자들은 이 증상이 원래 그러려니 하면서 괴롭지만 수십 년간 참고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다리의 불쾌한 감각과 함께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들거나 ▲불쾌한 감각 혹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가만히 있을 때 시작 또는 심해지거나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불쾌한 감각과 욕구가 줄어들 때 ▲증상이 저녁이나 야간에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일 때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김하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고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 야간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주기성 사지운동증 소견을 관찰하는 것이 진단을 내리는데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치료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 보다 비약물 치료를 권한다. 비약물 치료로는 ▲잠자기 전 발과 다리 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걷기, 스트레칭, 체조) 등이 효과가 있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도파민 제제는 가장 기본적인 약물 치료법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개선에 신속하고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데 대개 1~2주 이내에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또한 철분 결핍이 확인되면 철분제제를 투여해 철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

김하욤 교수는 “파킨슨병에 사용하는 용량의 25%나 절반 정도의 소량만으로도 증상은 잘 조절된다”며 “그러나 장기간 도파민제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약물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에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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