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5] 물건을 모으긴 해도 버리지 못하는 병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5] 물건을 모으긴 해도 버리지 못하는 병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2.05.09 10:41
  • 호수 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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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최근 집안 가득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들을 가득 쌓아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얼마 전 TV에 나온 할머니도 끊임없이 밖에서 신문, 폐지, 빈병, 플라스틱, 고철 등을 주워 집안 가득 쌓아 놓고 사는 것을 보면서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사람들 중에는 우표, 그릇 등을 모으는 것을 취미로 삼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물건을 모으는 것이 자신의 생활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와 달리 물건을 모으는 게 물건을 끌어안고만 있고 버리지는 못해서 병이 된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된 건지, 나에게는 이런 문제가 없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잡동사니 속 편안함 느끼는 증세

물건을 쌓아만 두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해 쓸모없는 물건을 사거나 버리지 못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잡동사니 더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러한 증세를 ‘호딩’이라 부른다. 원래 호딩은 비축하기, 저장하기의 의미인데 최근 들어서는 저장하기만 하는 증세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리고 호딩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호더라 부르는데, 호딩 증세가 심한 경우 ‘호딩 장애’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호딩 장애에는 물건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동물을 모으는 ‘애니멀 호딩’도 있고, 먹지 못하게 된 음식을 모으는 ‘푸드 호딩’, 뿐만 아니라 색깔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저장강박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A&E 방송사에서는 ‘호더스’(Hoarders)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다루고 있을 정도로 저장강박 증상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장강박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수가 세계적으로 7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물건을 버리면 언젠가는 자신이 쓸 수도 있는데 그때 가서 후회하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해 못 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을 ‘강박적 물건수집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저장강박 장애·저장강박증후군 또는 강박적 저장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정리치’ 체크리스트로 점검을

강박 장애의 일종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습관이나 절약,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 장애로 보아 1996년 심리학자들은 강박적 물건수집증후군을 심리 장애로 지정했다. 관리해야 할 마음의 병으로 본 것이다.

‘내가 혹시 정리치는 아닐까?’하고 염려되는 사람이 있다면 정리치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찬찬히 읽으면서 체크해 보자. 그러나 체크된 항목이 많다고 해도 크게 낙담하거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 물건을 저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누구나 가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정리는 언제나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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