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에이징 정책의 필요성
액티브에이징 정책의 필요성
  • 관리자
  • 승인 2009.04.09 21:02
  • 호수 1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고신대 초빙교수
▲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
미래를 예측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쉬운 과정이 아닌 것 같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어려운 과제들을 극복하기도 힘든데 미래를 운운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예측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대비가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세계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한국이 국가차원에서 가족계획을 맹렬히 실천했던 1970년대였다. 이미 2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며 국가충당인구의 필요성을 고민하던 때였다. 고령화 사회와 함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는 30년 전 모습을 한번쯤 반성해 봐야 되는 것은 아닌가.

노인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노인문제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너무도 절실하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의 고령화 수준 즉, 평균연령은 거의 모든 국가가 일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구구조다. 이러한 새로운 구조 속에 우리사회는 앞으로 노인인구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돼야 하며, 사회가 노인인구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하는가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

증가하는 노인인구가 국가의 부담으로만 존재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노인인구가 사회적 자본이 되고, 보다 적극적인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가족이나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양부담을 가급적 경감할 수 있도록 노인 자신과 가족 사회가 함께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액티브에이징(active aging) 정책'은 현재 우리사회에 매우 필요한 사회 정책적 개념으로 본다.

액티브에이징 정책은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대응방안으로 국제사회가 채택한 이념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1973∼74년에 걸친 오일쇼크 이후 재정적 예산부담과 노동시장의 고임금과 함께 첨단기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는 노인인구가 사회제반 서비스 및 요양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키며 국가예산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자 1980년대에 EU포럼을 비롯한 OECD와 G-8의 선진국포럼 등을 통해 선진국가들 사이에 널리 퍼져 나갔던 이념이다.

의존적 대상으로만 보았던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개발, 가능하면 오랫동안 사회와 연결된 상태에서 사회에 참여하게 하며, 일과 자원봉사를 통해 경제적 공헌의 역할로 방향을 바꾸는 한편, 이러한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저해되는 환경을 가급적 줄이면서 보다 활기찬 노년을 살고자 하는 노년의 욕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2년 마드리드 국제고령화행동계획에서 액티브에이징 즉, 사회참여·건강증진·안전의 세 축을 개념으로 하는 액티브에이징 이념을 각 국가의 정책에 주류화시킬 것을 촉구했고, 2001년 밴쿠버 세계노년학대회도 액티브에이징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 했다.

한국 역시 어려운 사회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인생주기 중 노년기가 가장 길어지는 새로운 인생주기를 보이고 있다. 결국 우리사회는 노인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끌고 나가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사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개발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노인들에게 주요 변인이 되는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질병예방과 사회적 서비스 전달체제를 용이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 가족구조의 변화로 말미암아 경험하는 정서적인 고립 및 외로움에 대한 지지방안과 노인이 살기에 편안한 고령친화환경의 배려가 동시에 마련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부유한 상태에서 고령화를 경험하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년을 경험하게 되는 우리는 고령화에 따른 많은 문제를 대처하는 데 많은 지혜와 슬기를 요구받고 있다.

인간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신의 축복이며 긴 노년을 보내야 하는 인생주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노년이 축복인가 아니면 산재된 과제만을 짊어지고 가야하는가는 그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기 전 항상 의견을 나누는 부분이 있다. “노인은 어떤 분인가?” 10년이 넘도록 이 질문을 해왔건만 대답은 항상 부정적인 노인상으로 칠판을 가득 메운다. 올해부터는 질문내용을 바꿔 봤다. “여러분이 노인이 된다면 어떤 노인의 모습이 되고 싶습니까?” 대답은 확연하게 달랐다. 슬기롭게 고령화라는 쓰나미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액티브에이징 정책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야 하는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