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 곁을 떠난 ‘월드스타’ 강수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 곁을 떠난 ‘월드스타’ 강수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5.16 10:36
  • 호수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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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대 이하 젊은 세대에게 ‘월드스타’를 물어보면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가수들을 먼저 꼽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미국에 진출한 정호연이나, 영화 ‘미나리’와 드라마 ‘파친코’로 빛을 보고 있는 윤여정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40대 이상 한국인에게 ‘월드스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다면 단연 첫 번째로 거론될 이는 고(故) 강수연(1966~2022)이다.    

강수연은 약관의 나이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에서 열연을 펼치며 198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세계 영화사에 이름 석자를 선명하게 남긴다. 1989년에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에게 붙은 호칭이 ‘월드스타’였다.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던 그 어떤 대중문화 예술인도 얻지 못한 영광스러운 호칭이다.

2001년에는 신인시절 이후 처음으로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 출연, 1년 6개월간 전국을 ‘정난정’ 열풍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던 그녀는 2010년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 이후 긴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비록 작품 활동은 중단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묵묵히 한국영화계와 후배들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정이’를 통해 12년만에 복귀를 알리며 많은 영화팬들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은 그녀의 유작이 됐다. ‘정이’는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SF영화로, 올해 초 모든 촬영을 마치고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22세기를 배경으로 기후 변화로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인류가 피난처 ‘쉘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내전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수연은 연구소 팀장 ‘서현’을 연기했다. 

강수연은 여자들이 차별 대우를 받던 시기, 이를 고발하는 성격의 작품들에 많이 출연했다. 그녀의 출세작인 ‘씨받이’를 비롯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그리고 드라마 ‘여인천하’ 속에서 그녀는 때로는 설득력 있게 때로는 강인하게 여성을 향한 사회의 부조리한 시선을 비판한다. 여기에 강인한 눈빛까지 더해져 여장부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또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폼)가 없냐”가 강수연이 평소 술자리에서 자주하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래서일까. 영화인들과 팬들이 느끼는 비통함은 유독 크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너무도 빨리 떠난 그녀의 빈자리에 많은 이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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