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
구름의 월담을 막으려는 걸까요
바람과의 밀회조차 막아보려는 걸까요
신경이 곤두서 있네요
하지만, 보세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저것!
병조각을 담장 위에 설치한 집 주인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넘어올 생각 하지 마! 날카로운 조각의 경고가 섬뜩하지만 듬성듬성 박혀 있다 보니 그렇게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설치 미술 같기도 하다. 볕 좋은 날 이웃들이 옹기종기 담벼락 위에서 세상 구경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를 막아보려는 시도는 아무래도 실패한 듯이 보인다. 새파란 하늘에 눈 시린 구름이 성큼성큼 넘어오는 걸 보면 곧 이어 무지개가, 저녁노을이, 파랑새가 따뜻한 색으로 온 집을 물들일 것만 같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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