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수명 연장이 가져올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수명 연장이 가져올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 김광일
  • 관리자
  • 승인 2022.05.16 11:03
  • 호수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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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까

미국의 두 학자 ‘내기’ 걸어 화제

수명 연장이 계속된다고 해도

행복한 미래 보장하진 않아

지금 행복하게 지내는 게 중요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출근길 버스 안에서 들은 노래인데, 가사가 기억에 남아 찾아보았더니 이애란 가수의 ‘백세인생’이라는 노래라고 한다. 흔히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이제 살만큼 살았다”라는 노인분들의 말씀이라고 하는데, 이 가사는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꾸준하게 늘어나서 2021년 통계청 발표 수치에 따르면, 남자의 기대수명은 80.5세, 여자는 86.5세이다. 즉 2020년 태어난 여자아이가 86세 이전에 사망하면 조기 사망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60세가 넘으면 환갑잔치를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수명 연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는가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수명은 계속해서 증가하게 될까?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나뉜다. 

1900년대 초까지도 평균수명은 60세를 넘지 못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 선진국에서의 기대수명은 80세를 넘어서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개선이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도 새로운 의학기술의 발견으로 인해 계속해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IT 기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사업가들이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항노화연구를 수행하는 벤처회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줄기세포와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첨단 의학기술로 인간수명의 한계를 넘어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인위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너무 오랫동안 산다면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기 힘들고 경직돼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노화 연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노화는 세포와 장기의 손상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돌연변이와 손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모든 생명체는 노화 과정을 피할 수 없고 사람의 경우 120세 정도의 극복할 수 없는 최대 수명이 있을 것으로 주장하는 전문가 그룹이 있다. 

이와 같이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텍사스대학의 생물학자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와 일리노이대학의 공공보건학자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가 150세 인간이 출현할지를 두고 내기를 한 바 있다. 

2000년에 오스태드 교수가 2150년까지 인간 최고 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자, 올샨스키 교수가 반박하면서 양측이 각각 150달러씩 내서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고 내기에서 이긴 사람의 후손이 금액을 가져가기로 했다. 

이 금액은 앞으로 계속 주가가 상승한다면 2150년에 약 2억달러(2400억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후손 중 한 명은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수명이 연장돼 지금보다 오래 살 수 있게 되면 더 행복할까? 수명 연장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은 문제가 없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노년의 건강을 저해하는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수명 연장이 반드시 행복한 미래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지만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난 후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식 축사에서 했던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죽음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새로운 것이 이전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언젠가 머지않은 때에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대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은 부정적인 측면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수명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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