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근로자 사망 유족 합의서에 ‘처벌불원서’? 논란
동국제강, 근로자 사망 유족 합의서에 ‘처벌불원서’? 논란
  • 김인하 기자
  • 승인 2022.05.1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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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합의서 거부…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본사 앞 농성

 

동국제강 포항1공장 앞 포항시민단체연대회 관계자가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국제강 포항1공장 앞 포항시민단체연대회 관계자가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회사 측 “일반적인 합의서 양식 따라 작성된 문건…회사 입장 왜곡 말라”

[백세경제=김인하 기자] 지난 3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이 유족에게 보낸 합의서 내용 중 일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의원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동국제강은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의 대가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사에 묻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국제강은 ”사건 발생 초기 변호사들 간의 일반적인 합의서 양식에 따라 작성된 문건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유족들이 안정을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3월 21일 故 이동우씨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브레이크를 교체 작업 중 갑작스레 작동한 크레인으로 인해 안전 끈에 몸에 감겨 목숨을 잃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원청인 동국제강에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동국제강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부는 동국제강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만큼,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항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동국제강은 유가족들의 계속된 요청에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회사 본사 앞 분향소를 설치 후 농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동국제강-창우이엠씨가 유가족에게 전달한 합의안 내용 중 일부 캡처.
동국제강-창우이엠씨가 유가족에게 전달한 합의안 내용 중 일부 캡처.

유가족 변호인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협력업체 창우이엠씨는 사고 후 대리인을 통해 합의안 초안을 전달해왔다고 한다. [백세시대]가 입수한 합의문에는 고인이 그동안 회사를 위해 공헌한 점, 고인의 사망으로 인해 유가족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글귀가 명시됐다. 또한 “임직원에 대해 추가적인 손해배상 또는 보상금의 요구나 민∙형사 및 행정상 소송, 민원제기 등 기타 일체의 법률적 권리나 이익의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과 “임직원들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금액 지급 전 유가족이 제공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합의서에 대해 유족들은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에 대한 회사 측의 책임이나 보상이 아닌 임직원들의 면책 위주의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들은 현재 ▲ 동국제강 대표이사의 유족 상대 공개 사과 ▲ 재발 방지대책 수립 ▲ 유족에 정당한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 대리 변호인 K변호사는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동국제강이 건넨 합의서의 내용은 과도한 부분들이 있으며, 유족들은 해당 내용을 당연히 거부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유족들은 산재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으며, 동국제강과는 계속해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그런 것을(임직원 처벌불원서) 전제로 합의하지 않았으며, 해당 내용을 종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 간에 그런 내용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 측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는 유족분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는 것에 있어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원만한 협의를 위해 계속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건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 동국제강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총 5건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동국제강을 산업재해예방 조치 의무위반 사업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동국제강은 하청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원청으로 불명예를 안은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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