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대한노인회 경북 성주군지회장 “노인회 직원 ‘알바생’ 아냐… 중앙회가 처우개선 해줘야”
이재복 대한노인회 경북 성주군지회장 “노인회 직원 ‘알바생’ 아냐… 중앙회가 처우개선 해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5.23 10:12
  • 호수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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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관·초대의장 경력 활용해 공무원 설득, 노인일자리 확충 “보람”

중앙회 감사 맡아… 자문위원 왜 그렇게 많이 만들었나 잘 살펴봐야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직원들은 ‘알바생’이 아니다. 사회복지사 수준의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5월 16일, 이재복(80) 대한노인회 경북 성주군지회장은 인터뷰 직전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며 이같이 서두를 꺼냈다. 

이 지회장에 따르면 종합복지관이나 시니어클럽 등 타 노인관련단체 직원들은 사회복지사에 따른 임금 체계에 따라 보수를 받는 반면 대한노인회 직원들의 그것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가령 노인일자리 담당 인력들이 연말에 그만둬야 한다면 누가 책임지고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중앙회가 다른 것보다도 (직원 처우 문제)해결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지회에는 10개 읍·면 분회, 286개 경로당, 회원 1만3500여명이 있다. 성주 군민은 4만4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4000여명이다. 이재복 지회장은 경북 도청 감사과 근무, 성주군의회 초대의장, 성주군사회단체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대한노인회 중앙회 감사, 경북연합회 부회장으로 있다. 2014년, 2018년에 이어 2022년 2월 3선에 성공, 제12대 성주군지회장에 취임했다.

-노인회 직원들의 열악한 대우는 심각하다.

“우리 직원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유자로서 노인복지 향상에 헌신하고 있지만 타 노인 단체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가 너무 적다. 이 문제를 중앙회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회로선 방법이 없을까.

“제가 감사관을 한데다 군의회 초대의장을 해봐 조직을 잘 안다. 공무원들도 그 점을 잘 인식하면서도 인근 시군과 비교하며 ‘우리가 너무 앞서 간다’, ‘기준이 없어서 불가하다’는 대답만 한다.”

-그 기준이란 걸 중앙회가 만들어야 한다.

“중앙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하고 정부의 행정안전부가 도와주면 가능하다. 타 노인 관련 단체와 수준이 맞춰지면 근무 의욕도 생기게 마련이다. 지회장이 바뀐다고 사무국장이 나가는 일도 잘못 됐다. 바로 그런 부조리한 일들을 개선하고자 중앙회장이 있는 것이다.”

-성주하면 ‘사드’가 떠오른다.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장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는 투쟁적인 삶을 지양하고 유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 혈서를 쓰기도 했다.

“그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간호사가 주사바늘을 손가락 깊숙이 찌르는 순간 진땀이 쫙 나더라. (혈서로 쓴 ‘사드 성주 배치 결사반대’ 라고 쓴 플래카드를 성주군수와 함께 들고 찍힌 사진을 가리키며) 큰 글자인 ‘결’자를 혼자 썼으니 알만 하지 않는가.”

이재복 경북 성주군지회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현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하귀옥 사무국장.
이재복 경북 성주군지회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현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왼편이 하귀옥 사무국장.

-올해 초 무투표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배경은.

“처음 (지회에)와보니 모든 게 정체돼 있었다. 노인일자리도 200~300개에 불과하고 지회장도 일주일에 몇 번 안 나오고 사무실 옆방은 노인들 차지였다. 사무실 기강을 바로잡고 노인회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노인일자리도 사회형, 공익형 모두 우리가 한다. 회원 배가운동을 펼쳐 성주군 노인 거의가 대한노인회 회원이다. 군 행사에 가면 어른 대접을 받는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도 지회장은 맨 앞줄 의자에 앉히고 군수, 군의장은 뒷줄에 선다. 그만큼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 지회장은 “무엇보다도 감사관, 군의회 의장이라는 이력과 인맥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제로 그 점이 공무원들에게 노인회 사업을 설득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올해 노인일자리는 어느 정도인가.

“참여자 1200여명에서 재활용분리사업(200명)은 군 환경과로 넘겼다. 주로 경로당 방역, 친환경EM활용활동, 하천주변 환경정화 등에 참여한다.”

이 지회장은 “노인일자리 수당이 27만원에 불과하지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며 “요즘 어느 자식이 부모에게 매달 그만한 돈을 통장에 넣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인 대부분이 대한노인회 회원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께서 만든 행복도우미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행복도우미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우선 면장을 찾아가 인사하고, 주민등록 담당 공무원에게 사망자, 전입·전출자를 묻는다. (탁자 옆에 비치된 ‘회원DB관리대장’을 펼쳐 보이며)경로당마다 회원 연락처와 주소, 치매 유무, 전출·사망, 독거·장애·조손 항목을 만들어 이것만으로 회원 실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회원 확보는 65세 노인이 생기는 대로 그 마을 경로당 회장이 행복도우미에게 알려 회원 명부에 기록되는 수순을 밟는다.”

성주군지회는 회원 데이터베이스(DB)의 탁월한 관리로 경북도는 물론 전국 단위 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은 경로당에 안 나오려고 한다.

“그런 경우 일단 회원 가입을 하되 참석은 자유의지에 맡기고 회비만 내도록 권한다. 경로당에 나오고 싶지만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흔 넘은 아버지, 여든 삼촌과 한 경로당에 있으면 심부름밖에 더하겠나.”

-공무원 시절 에피소드는.

“선산군 구미읍이 구미시로 승격되는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 경상북도 구미출장소에 발령 받아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의 일환으로 토지보상비 관리를 도맡아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수기로 결재서류를 작성해 다음날 출장소장 도장 맡아 집행하는 일련의 일들이 참 고됐다.” 

-중앙회 건의사항은.

“제가 이번에 감사가 됐다. 그간 중앙회에 문제들이 좀 있었다. 안건이 올라오면 이사들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동의해줄 건 하고 자를 건 자르고 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설명만하고 동의를 다 해버리니까 문제가 생긴다. 가령 ‘백세시대’가 있는데 굳이 신문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당연히 중앙회 신문은 무가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노인회에 별 도움 안 되는 자문위원을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놨는지 그런 것들을 따져봐야 한다.” 

이재복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 회장으로서 사업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공무원, 군 의원을 설득시켜야 하고, 노인들에겐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며 “그런 일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순간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지회는 조만간 지회 바로 옆에 있는 어린이집 건물을 인수, 리모델링해 1층은 경로당 반찬 지원 사업장과 카페로 2층은 한글·한문·서예·기체조·무용·음악 프로그램실로 운영할 계획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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