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마약 범죄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마약 범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5.23 10:46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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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체로 돌아다니는 여성분 못 보셨나요?”

얼마 전 저녁 산책을 나왔을 때 일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경기 의정부시의 한적한 동네로 저녁 8시만 넘으면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치안 유지를 위해 순찰차가 자주 돌아다닌다. 이날은 조금 달랐다. 경찰차 3대가 동시에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었고 6명의 경찰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다. 

그러다 지난 5월 13일 의정부시에 사는 20대 여성이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앞에서 옷을 벗은 채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검거됐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 여성은 5월 3일에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고 이날도 마약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스를 본 순간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이 여성이 그때 나체로 돌아다닌 여성과 동일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근에 마약사범이 산다는 소식은 찜찜했다. 

특히 5월 14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를 본 이후 뉴스를 접해서인지 걱정과 우려는 더 컸다. 해당 회차에서 ‘그알’은 2004년 벌인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두 번이나 받은 일명 ‘쌍무기수’ 이모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5건의 살인과 2건의 살인미수 사건에 연루돼 현재까지도 재판을 받고 있는데 자신의 범죄가 모두 마약에 취해 자행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의 말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간 마약을 사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일단 마약에 취하면 자신을 해하는 일은 벌여도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미국처럼 총기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5월 11일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묻지마 살인·폭행’이 마약에 취한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였다는 걸로 밝혀졌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 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는데, 우리나라는 2016년 25.2명으로 이미 오래전에 그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 적발한 밀수 마약류는 1054건(1272㎏)으로, 전년보다 적발 건수는 2.1배, 적발량은 7.57배 증가해 관세청 개청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450명으로 4년 전보다 2.8배나 급증했다. 

반면 처벌은 제자리걸음이다. 초범에게는 여지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후한 판결을 내려준다. 마약이 나라를 좀먹는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그간 마약청정국이라 자부해 처벌보다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기조를 바꿔 엄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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