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7] 무얼 버려야 할지 결정 못하면 정리 어려워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7] 무얼 버려야 할지 결정 못하면 정리 어려워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2.05.23 11:12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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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가 발목을 잡는다

50대 주부 박모 씨는 요즘 딸 때문에 고민이다. 착하고 예쁜 딸이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엄마에게 “이게 좋아? 저게 좋아?”, “어떤 걸로 하지?”하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물론 딸이 엄마에게 살갑게 물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게 매번, 매 순간 반복된다면 그것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신발을 살 때도, 약속을 정할 때도 뭔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는 딸 때문에 박 씨는 슬슬 걱정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딸과 함께 예쁜 새 옷을 사러 모처럼 나갔는데 선뜻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빈손으로 돌아온 일도 있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

이렇게 결정을 못해서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를 ‘결정장애’라고 부른다. 결정장애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말로, 이런 장애를 겪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이렇게 결정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물건을 버릴 때도 역시 힘이 든다. 이 물건을 버려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정에 심각한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의존적인 성향이 많고 자신의 결정에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 음식을 골랐는데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이 옷을 입었는데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지난번에는 별로였으니까 이번에도 별로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한 이런 결정장애는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경우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진다.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보관해두어야 할 것인지, 버려도 될 것인지에 대한 가치평가를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저장하고 보는 것이다. 

결정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정리할 때도 힘들어한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어떤 물건을 버려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물건 중에서 잘 골라서 버리라고 하면 정말 아주 조금 버리고는 다 버렸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휴지나 정말 필요 없는 것만 버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끌어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정장애가 있다면 물건을 버리지 못해 여분의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여분의 공간을만들지 못해 만족스러운 정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버릴 물건 결정하는 것도 학습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가 많다. 짜장면과 짬뽕,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놓고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정하기 전에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정장애라고 하기 보다는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학습되어 자신도 같은 상황에 처할 때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보고 자랐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많은 행동은 부모로부터 학습된 행동이 습관화된 것이다. 내 아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모습이 있다면 지금 그 모습을 보여주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리습관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반복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귀찮다며, 나중에 해야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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