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공모 ‘나와 경로당 이야기' 장려상 수상작] ‘이쁜이래유’
[백세시대 공모 ‘나와 경로당 이야기' 장려상 수상작] ‘이쁜이래유’
  • 최복례 강원 홍천군 속초1리경로당 부회장
  • 승인 2022.05.23 13:26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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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건강 위해 연고 없는 마을에 둥지… 경로당서 제2의 인생 살아”

[최복례 강원 홍천군 속초1리경로당 부회장]

띠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이쁜아, 언제 올거야?”

아침부터 ‘이쁜이’를 찾는 전화다. 내 이름은 최복례, 나이는 73세로 경로당에서는 ‘이쁜이’, ‘막내’로 불린다. 4년 전 알콜성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 건강을 위해 공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산수골 햇살마을이란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둥지를 틀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 건강을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용기를 내서 정착한 것이지만 하루하루가 무료한 시간이었다. 정원을 돌보고 남편과 함께 산책하면서 운동하고 나면 별다르게 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언니가 집에만 있지 말고 우리 마을에 있는 경로당에 한번 가보자고 제안해 따라갔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 경로당은 강원도 홍천군에서 가장 큰 경로당이다. 1년 전 50평 정도 되는 건물을 새로 지은 데다가 주차장도 넓다. 

고령의 어르신들의 신체를 감안해 생활하기에 아주 편리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회원 수는 100명 정도 되고 농촌 지역 특성상 연령이 80세 이상인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어린 막내가 됐다.

경로당에 와서 보니 예전에 알던 경로당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와서 수다를 떨고 고스톱만 치는 공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위한 건강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노인회 홍천군지회에서 건강체조, 치매예방, 한글공부, 노래교실 등 활기찬 노후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남편 몫까지 대신해 회원가입을 하고 매일 남편과 함께 경로당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남편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해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챙기면서 우리 부부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의 이름이 ‘최복례’에서 ‘이쁜이’로 변했다.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예쁘다고 경로당 어르신들께서 지어준 별명이다.

요즘은 경로당에서 막내이면서 부회장 역할을 하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 여기저기서 “이쁜아, 막내야” 하면서 찾으신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렇게들 나를 찾으면서 불러주시니 감사한 일이다.

평생 내 일만 하면서 살다가 남은 인생은 봉사하면서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나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은 경로당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운 게 참 많다는 것이다.

‘배워서 남 주냐?’라는 말이 있듯 예로부터 배우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배워서 남 주자’라는 말이 더 통한다. 경로당에서 배워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도 해주고 뜨개질도 가르쳐 줬더니 나를 ‘이쁜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다. 세상에나 내가 선생님이라니, 게다가 ‘이쁜이 선생님’이라니 이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최복례 복이 터졌다. 나는 전생에 아마도 무지하게 예뻤나 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다시 따뜻한 봄이 돌아오면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 문을 열지 못해 답답했던 어르신들 모시고 나들이도 가고, ‘하하 호호’ 노래 부르면서 소고도 치면서 공부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생각만 해도 이쁜이는 매일매일이 즐겁고 신난다. ‘이쁜 마음’ 이웃들에게, 우리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전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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